사탕이나 탄산음료처럼 달콤한 음식만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고 생각하기 쉽다.
최근에는 감자, 흰쌀밥, 시리얼, 일부 과일처럼 단맛이 거의 없는 식품도 사탕에 버금가는 혈당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문제는 이런 음식들이 일상 식단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당뇨, 중장년 질환?”…이제는 2030의 문제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우리 몸은 일시적인 혈당 상승에는 비교적 잘 대응한다. 하지만 하루 세 끼마다 고탄수화물 식사가 이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점차 세포가 인슐린에 둔감해지고, 이른바 ‘인슐린 저항성’이 형성된다. 이는 결국 ‘2형 당뇨병’의 출발점이 된다.
혈당 관리는 오랫동안 당뇨병 환자나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다르다. 20·30대에서도 당뇨와 고혈압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젊은 층의 건강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30세대 당뇨병 환자는 2018년 약 13만9000명에서 2022년 17만4000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혈압 환자도 21만여 명에서 25만8000여 명으로 20%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의 핵심 원인으로 식습관을 지목한다.
◆가장 위험한 것은 ‘정제 탄수화물’
문제의 중심에는 정제 탄수화물이 있다.
아침에 시리얼, 점심에 빵, 저녁에 피자나 면류를 먹는 식습관은 인슐린 분비를 하루 종일 자극한다.
단맛은 느껴지지 않지만, 체내에서는 빠르게 포도당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음식이 꼭 단 음식만은 아니다”며 “정제된 탄수화물은 흡수가 빨라 인슐린 저항성을 키우고, 젊은 연령대에서도 당뇨병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침 식사가 중요하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시리얼이나 토스트를 단독으로 먹으면 혈당 스파이크가 쉽게 발생한다”며 “단백질이나 지방을 함께 섭취하면 혈당 상승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옥수수 플레이크 한 그릇은 설탕 8티스푼을 먹는 것과 비슷한 혈당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흰쌀밥 역시 대표적인 고혈당 식품이다. 현미가 상대적으로 낫지만, 과도하게 섭취하면 부담이 된다.
◆‘과일은 무조건 건강하다’는 착각
과일에 대한 인식도 재점검이 필요하다. 현대인들의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가 ‘과일은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생각이다.
영양학계 한 관계자는 “바나나, 망고, 파인애플 같은 열대과일은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 있다”며 “베리류처럼 혈당 반응이 비교적 안정적인 과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영양사들은 ‘조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같은 탄수화물이라도 섬유질, 단백질, 지방과 함께 섭취하면 혈당 반응은 완만해진다.
토스트에 달걀이나 채소를 곁들이는 것만으로도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 “혈당 관리, 다이어트 트렌드로 급부상”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혈당 관리가 다이어트 키워드로 떠오른 배경도 여기에 있다.
실제 SNS에서 ‘혈당’을 검색하면 ‘다이어트’가 연관어로 따라붙는다.
전문가들은 “혈당이 급격히 오르면 인슐린 분비가 늘고, 이는 지방 저장을 촉진한다”며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식단은 체중 감량과 폭식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탄수화물 식사가 반복되면 몸이 만성적인 인슐린 과부하 상태에 놓인다”며 “단기적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장기적으로 피로, 복부 비만, 혈당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인 문제 아닌 ‘사회적 과제’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개인의 건강관리 실패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가공식품과 배달 음식 중심의 식문화가 고착화되면서 젊은 층에서도 만성질환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안도 제시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완전히 밥을 끊기보다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대체재로 점진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말했다.
혈당은 더 이상 중장년층만의 관리 대상이 아니다.
달지 않아도 위험한 식탁 위 선택이, 2030세대의 건강을 조용히 위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