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해군의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축 구상을 발표하면서 신예 프리깃함(호위함)을 한화와 협력해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미 조선업 투자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가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소식이 전해지자 한화오션 주가는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 10% 넘게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에 있는 자신의 마러라고 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주 해군은 새로운 급의 프리깃함(건조 계획)을 발표했다”며 “그들은 한국의 회사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회사가 “한화라는 좋은 회사”라고 소개하며 “(한화가) 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4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곳은 위대한 조선소였다”며 “오래 전 폐쇄됐지만, 다시 문을 열어 미 해군 및 민간 회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한화가 지난해말 1억달러(약 1470억원)를 투자해 인수한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 조선소를 의미한다.
한화가 미 해군과 건조할 호위함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구축 구상을 발표한 ‘황금함대’에 편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함정이 당장 필요해 민간 기업인 한화의 도움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에서 도입하려던 프리깃함 사업이 지연되자 빠른 선박 건조 능력을 가진 한국에 손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가 언급한 호위함은 미국의 최대 군함 조선업체인 헌팅턴 잉걸스(HII)가 설계한 레전드급 경비함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미 해군은 지난 19일 헌팅턴 잉걸스가 2028년 진수를 목표로 첫 호위함을 건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해군은 헌팅턴 잉걸스를 선두(lead) 조선소로 하되 호위함 신속 확보를 위해 여러 조선소에 추가 건조를 맡길 계획이다. 해군은 ‘함대에 전투력을 가능한 한 빨리 인도한다’는 기준 아래 조선소들을 평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한화가 향후 호위함 건조를 수주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존 펠란 해군 장관도 “대통령의 황금함대를 건조하는 건 당장 미국 전역에서 일자리를 의미한다”면서 “필라델피아에서 샌디에이고, 메인에서 미시시피, 5대호에서 걸프 연안(멕시코만)까지 모든 조선소에 일감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 중 필라델피아는 한화의 필리 조선소가 있는 지역이다. 또 샌디에이고는 한화가 최대 주주 지분을 확보한 호주의 조선·방산업체 오스탈의 조선소가 위치한 지역이다. 오스탈은 미 해군에 군함을 납품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해군과 한화의 협력 방식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한화가 호위함 건조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약속한 1500억달러 조선업 전용 투자 패키지인 마스가 프로젝트의 첫 투자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미국 정부의 조선업 재건을 돕기 위해 투자, 대출, 보증 등으로 구성되는 투자 패키지를 마련하기로 했으며, 양국은 지난 11월 투자 절차를 큰 틀에서 규정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전해지자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 한화오션 주가는 장 초반부터 급등했다. 오후 2시 기준 한화오션 주가는 전장보다 12.5% 상승해 12만3000원 선을 넘겼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호위함 건조를 포함한 ‘황금함대’ 구축 구상을 발표했다. 이는 1994년 이후 멈춰섰던 ‘거대 전함(battleship)’ 건조 재개를 의미한다. 현재 미 해군의 주력함은 알레이버크급 구축함(배수량 약 9500t)이나 황금함대의 기함은 3만~4만t에 달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함이 “가장 빠르고 가장 크며, 지금까지 건조된 어떤 전함보다 100배 더 강력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첫 전함 건조에는 2년 반 정도 걸리며, 2척으로 시작해 20~25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첫 트럼프급 전함의 이름은 ‘USS 디파이언트(도전·반항)’로 정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함 외에도 대형 항공모함 3척을 건조 중이고, 잠수함 12~15척을 건조 중이거나 건조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해군력 증강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황금함대 구상은 중국의 ‘해양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하루 평균 4척 이상의 선박(군함)을 건조했다”며 “그런 능력을 우리가 잃게 된 것은 비극이며, 우리는 조선 능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