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작가들의 북토크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시작할 때까지 시간이 제법 남아 있음에도 작가들은 높고 불편한 의자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시상식을 겸한 자리여서인지 곧추세운 허리부터 턱밑까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득히 먼 과거의 나를 보는 기분이었다. 나는 내 시상식 당일의 풍경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데, 작가가 되었다는 기쁨보다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가 막막하고 무서워 테이블 아래 숨고 싶었던 기억만 흐리게 남아 있다. 다만 한 가지 또렷한 건 옷에 대한 기억이었다.
당시의 나는 헤링본 롱코트를 입고 있었다. 비나 눈이 내리진 않았고, 적당히 쌀쌀한 겨울날이었을 것이다. 즐겨 입던 코트라 그날 아침에도 옷걸이에 걸린 것을 꺼내 툭툭 털어 입었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갈아탄 뒤 시상식장에 다다를 때까지 나는 미묘한 불편감 속에 있었다. 긴장한 탓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자주 쉬었다. 코트가 내 것이 아니란 사실을 깨달은 건 시상식장 문 앞에서였다. 커다란 문손잡이를 밀고 들어가려는데 소매 끝 단추가 눈에 띄었다. 어딘가에 걸려 잃어버린 뒤 납작하고 새까만 것으로 바꿔 단 오른 소매 단추가 복잡한 무늬가 새겨져 있던 원래의 단추로 돌아가 있었다.
언니와 나는 취향이 비슷해 같은 물건을 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때의 코트도 언니와 함께 백화점에 갔다가 똑같은 것을 구매한 참이었다. 단추를 바꿔 단 코트는 내 것, 원래의 단추가 달려 있는 코트는 언니의 것이었다. 문제는 언니와 나의 옷 사이즈가 다르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언니의 코트를 입고 나와 불편감과 어색함으로 몸을 움츠린 채 뭔가 다른데, 뭔가 이상한데, 하며 장거리를 이동한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