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선 내년부터 거리 곳곳에 설치된 ‘빨간 우체통’을 볼 수 없다. 덴마크 사회의 디지털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체국이 400년 넘게 유지해 온 편지 배달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덴마크 국영 우체국 ‘포스트노르’는 그제 “이달 30일을 마지막으로 편지 배달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다”며 소포·택배 중심의 물류 기업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가 차원의 공식 우편 제도가 탄생한 유럽에서 국영 우체국이 편지 배달 서비스를 완전히 중단하는 것은 덴마크가 처음이다. 역사적 전환점인 듯하다.
포스트노르가 이런 결단을 내린 이유는 우편 물량이 크게 감소해서다. 1624년부터 편지 배달이 시작된 덴마크에서 편지 발송량은 2000년 이후 25년 동안 92%나 급감했다. 이에 따라 우편 업무 관련 일자리 1500개가 없어지고, 빨간 우체통 1500개도 철거될 예정이다. 지난해 덴마크 정부가 우편 시장을 민간에 개방하면서 면세 제도를 폐지해 우표값이 크게 오른 것도 한몫했다. 현재 덴마크에선 편지 한 통을 보내려면 29덴마크크로네(약 6300원)를 내야 한다. 앞으로 편지를 보내려면 민간 배송업체를 찾아가거나 택배원을 불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