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문 “100점짜리 계약… 노력 끝에 좋은 날”

MLB SD와 사인 마치고 귀국

“몇 년 전까지 미국행 상상 못 해
후배들에 좋은 동기부여 됐으면”

1차 목표는 ‘현역 로스터’ 진입
키움 출신 6번째 빅리그 진출
마차도 등 스타들과 경쟁 예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미국에 갈 것이라 나조차 상상하지 못했다. 후배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됐으면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1500만달러(약 222억원)의 계약을 맺고 ‘금의환향’한 송성문(29)이 남긴 일성이다.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이한 송성문이지만, 자신의 초라했던 과거를 잊지 않는 겸손함을 보였다.

빅리거의 미소 송성문이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총액 1500만달러에 계약을 맺은 뒤 내년 시즌부터 입게 될 유니폼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마치고 2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송성문은 “좋은 조건에 계약하게 됐다. 많이 배려해준 샌디에이고 구단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힌 뒤 “19일 미국 출국 때부터 가슴이 뛰었다. 또 다른 시작이라는 생각에 걱정이 되긴 하지만, 샌디에이고 단장, 부단장과 식사하며 ‘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란 격려를 받으니 설레는 마음이 더 커졌다. 샌디에이고에서 뛰었던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선배 덕에 좋은 계약을 할 수 있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송성문은 계약 조건에 100%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미국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신 분이 있었을까. 나 역시 상상하지 못했다. 명문 샌디에이고에서 뛸 수 있는 건 무척 영광이다. 당연히 계약 내용에 만족한다. 100점짜리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없지만, 신인왕, MVP 투표 보너스 등이 옵션에 들어있다. 송성문은 “KBO리그에서도 시즌 전에 수치를 목표로 세우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 경기를 준비하면서, 하루를 완벽히 보내는 게 목표였다. 당장 내일부터 2026시즌을 준비할 것이다. MLB 현역 로스터에 드는 게 1차 목표다. 이후에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자주 타석에 서고,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며 각오를 드러냈다.

송성문이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언론과 인터뷰하는 모습. 인천공항=연합뉴스

샌디에이고 내야에는 3루수 매니 마차도, 유격수 잰더 보가츠, 1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 등 쟁쟁한 스타들이 자리 잡고 있다. 송성문은 “MLB는 최고의 무대다. 어느 팀에서 뛰어도 경쟁해야 한다. 김하성 선배도 샌디에이고에서 경쟁에서 살아남고, 성장했다. 나도 그 길을 따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만나고 싶은 선수로 마차도를 꼽았다. 송성문은 “마차도는 슈퍼스타다. 어릴 때부터 마차도의 경기를 봤다. 그래서 마차도를 빨리 만나고 싶다. 이번에 방문한 펫코파크에선 선수들을 보지 못했다. 텅 비어있었다”면서 웃었다.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뛰고 있는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로스앤젤레스 다저스)과는 13번의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송성문은 “미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분명히 외로움을 느낄 시점이 올 것이다. 정말 친한 정후, 혜성이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게, 내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맞대결을 펼치고 싶은 투수로는 올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폴 스킨스(피츠버그 파이리츠)를 꼽았다. 송성문은 “어떤 공을 던질지 궁금하다”면서도 “아직 MLB 데뷔도 하지 않은 내가 누구와 맞대결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게 조심스럽긴 하다. 로스터에 반드시 들어서 경기에 뛰겠다”라고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키움은 강정호, 박병호(이상 은퇴),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에 이어 송성문까지 무려 6명의 메이저리거를 배출하며 ‘빅리그 사관학교’의 명성을 굳혔다. 송성문은 “나 다음은 안우진이 미국에 꼭 올 것이다”라면서 “2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KBO리그에서도 자신감이 떨어지는 선수였다. 노력하고, 인내하니 이런 좋은 날이 오더라. 나 같은 선수가 이런 대우를 받는 게, 후배들에게 동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성장시켜준 키움과 동료들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키움은 올 시즌 도중 6년 120억원의 비자유계약선수(FA) 다년계약을 안기며 송성문을 팀 타선의 리더로 낙점했지만, 그의 더 큰 꿈을 존중해줬다. 송성문은 “그렇게 큰 계약을 해주고도 내 꿈과 도전을 지지해준 키움 구단에 감사하다”면서 “키움 동료들이 축하 인사를 해줬다. 우리 키움 선수들이 열심히 2026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엔 올해와는 다른 희망을 보여줄 것이다. 나도 미국에서 키움 선후배들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키움에서 뛰는 동안 많은 응원을 받았다. 정말 감사하다. 샌디에이고에서 뛰는 동안에도 응원해주시면, 최선을 다해 뛰겠다. 키움 팬들의 모습을 가슴에 품고 뛰겠다”고 팬들에 대한 감사함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