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텀블러에 사면 200원 할인·빨대는 미제공…정부 플라스틱 감축안 보니

“텀블러에 담아갈게요. 컵 가격 200원 빼주시는 거죠?” “빨대 따로 주세요.”

커피를 사면서 이렇게 주문하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얼마나 줄어들까. 정부가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 배출을 전망치 대비 30% 넘게 감축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음료를 주문할 때 일회용컵 가격을 영수증에 별도 표시해 다회용컵 사용을 유도하고 빨대는 요청할 때만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플라스틱 일반용 폐기물 부담금을 현실화하고 ‘공기 반, 제품 반’인 과도한 택배 포장을 규제하기로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종합대책 정부안을 공개했다. 한국의 생활·사업장 폐플라스틱 배출량은 2023년 771만4000t 규모로, 2030년에는 1012만t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에 기후부는 향후 플라스틱 사용량 자체를 100만t 줄이고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생 원료로 사용해 200만t을 감축함으로써 2030년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700만t에 묶어두는 목표를 세웠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플라스틱 일회용 컵 무상 제공을 금지하고 유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담은 탈(脫)플라스틱 종합대책을 오는 23일 발표한다고 예고했다. 식품접객업소 등에서 종이컵 사용은 규모가 큰 카페부터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빨대의 경우 고객이 요청했을 때만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사진은 18일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담겨 판매되는 커피. 연합뉴스

 

정부는 이를 위해 전방위적인 감축 방안을 내놓았다. 시민이 생활 속에서 느낄 변화는 ‘컵 따로 계산제’(가칭)다. 내년에 카페·음식점 등에서 추진한다. 이 제도는 음료 영수증에 일회용컵 가격을 따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커피를 사며 5000원을 냈다면 영수증에 음료값 4800원과 일회용컵 가격 200원이 별도로 표시된다. 현재는 음료값에 일회용컵 가격이 포함되나 영수증엔 안 나온다. 기후부는 일회용컵 가격이 이미 포함된 만큼 컵 따로 계산제를 시행해도 음료값이 추가 인상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 제도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스타벅스에서 텀블러 사용 고객에 400원을 할인하는 등 일부 카페가 이미 다회용컵 할인혜택을 주고 있으나 상당수 고객이 여전히 일회용컵을 사용 중이다.

 

정부는 또 원칙적으로 빨대 사용을 제한하기로 했다. 소비자 요청 시에만 제공하도록 할 계획이다. 고객이 바로 빨대를 가져갈 수 있게 눈에 보이는 곳에 놓아두는 것도 금지한다. 기본값을 ‘빨대 미제공’으로 바꿔 사용량 감축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빨대를 요청할 수 있는 조건에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매장 내 일회용 종이컵 사용도 다시 금지된다. 플라스틱 컵 규제에 따라 종이컵 사용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고려한 것이다. 카페나 제과점 등 식품접객업소 중 휴게음식점에서 용량이 큰 종이컵만 우선 규제하고, 식당 등에서 물컵으로 쓰이는 작은 종이컵은 실태조사부터 하기로 했다.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하는 장례식장에서의 다회용기 전환도 촉진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장례식장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규제를 하는 방향이다.

 

배달 용기는 경량화 등으로 두께, 재질을 표준화하고, 택배 포장은 횟수, 공간 비율 제한으로 과대포장을 막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제품을 소비자에게 수송하기 위한 일회용 포장’은 포장공간비율이 50% 이하이고 포장 횟수는 한 차례여야 한다는 규제를 시행하면서 2년간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단속하지 않았다. 포장공간비율은 택배 상자에서 빈 공간의 비율이다. 다만 정부가 수십억개의 택배 상자를 일일이 규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기후부는 20년 넘게 동결된 플라스틱 일반용 폐기물 부담금도 단계적 인상하기로 했다. 폐기물 부담금은 제품 제조·수입 과정에서 발생할 폐기물 처리 비용을 사전에 부담하게 하는 제도다. 현재 폐기물 부담금은 1㎏당 150원으로 2012년 이후 그대로다. 기후부는 실제 폐기물 처리 비용과 플라스틱 산업 출고량, 업계 수용성 등을 반영해 부담금 수준을 높일 방침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폐기물 부담금은 1㎏당 600원에 달한다. 재생원료 사용제품에는 폐기물 부담금을 감면 또는 면제해주고, 폐기 부담이 큰일회용품엔 더 높은 요율을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페트병에 대해서는 재생원료 사용 의무를 단계적 강화한다. 2026년 10%(5000t 이상 생산자), 2030년 30%(1000t 이상 생산자)로 규제한다.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 회원들이 '탈플라스틱 종합 대책 대국민 토론회'를 앞두고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대국민 토론회에서는 환경계와 산업계의 의견이 엇갈렸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포장재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통째로 빠졌다”며 “장례식장, 놀이공원, 대형사업장에서 (일회용품을) 전면 금지하는 적극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형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부회장은 “일회용품 전면 금지가 아닌 대체 가능 영역부터 감축해야 산업계 피해가 최소화된다”면서 “일회용컵과 배달용기 폐기물이 전체의 2.8% 수준에 불과한데, 너무 과도한 환경 문제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했다. 박호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컵 따로 계산제 도입 시 텀블러 할인체계, 다회용컵 세척장치, 영수증 표시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며 “대형사업장은 몰라도 영세사업장에선 컵 비용을 별도로 떼서 할인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했다.

 

기후부는 대국민 토론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종합해 내년 초 종합대책을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