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 노숙 아동 현실 고발

‘누워있는 소년들’ 런던에 새 벽화
성탄절 앞두고 주거 불평등 지적
전문가 “노숙인 문제 환기 의도”

‘얼굴 없는 예술가’ 뱅크시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영국 런던에 다시 한 번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남겼다.

뱅크시는 22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런던 서부 베이스워터 지역 퀸스 뮤스 차고 건물 외벽에 그려진 벽화가 본인의 작품이라고 알렸다.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서부 베이스워터 지역 퀸스 뮤스 차고 건물 외벽에 뱅크시의 작품이 그려져 있다. 퀸스 뮤스=로이터연합뉴스

작품은 부츠와 코트, 겨울용 털모자를 착용한 두 아이가 땅에 누워 있는 모습을 담았다. 그중 한 아이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 19일 런던 도심의 센터포인트 타워 인근에서도 비슷한 그림이 발견됐다. 뱅크시 측은 공식적으로 확인한 건 베이스워터 벽화뿐이나 미술계와 현지 언론은 화풍상 센터포인트 벽화도 뱅크시의 작품이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작품이 주는 메시지에 집중했다. 현지 예술가 대니얼 로이드 모건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벽화가 그려진 장소 중 한 곳이 센터포인트라는 점에 주목하며 노숙 아동 문제를 상징한다고 해석했다. 센터포인트 타워는 지하철역 바로 옆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임대 대신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적 보유 전략 탓에 1963년 완공 이후 10년 넘게 비어있던 건물이다. 이로 인해 현재는 고급 아파트로 변모했지만 여전히 영국의 노숙인 문제와 주거 불평등의 상징으로 거론된다. 청소년 노숙 문제에 맞서 싸우는 영국의 대표적인 자선단체 ‘센터포인트’ 역시 해당 건물에서 유래했다.

모건은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크리스마스지만 그런 시간을 갖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이 지역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지만 사람들이 멈춰 서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 아프다”고 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은 노숙인의 곁을 지나치면서도 길바닥에 누워 있는 그들을 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뱅크시 전문가로 꼽히는 제이슨 톰킨스도 BBC에 이번 벽화가 “노숙인 문제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톰킨스는 이번 작품 속 아이가 2018년 웨일스 포트 탤벗에 등장했던 혀를 내밀어 눈송이를 받는 소년과 같은 인물로 보인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같은 어린 소년을 다시 쓰는 건 꽤 이례적”이라면서 이는 메시지의 연속성과 강조를 위한 의도적 선택일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에서는 노숙 아동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월 영국 정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는 영국 아동의 수는 2024년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으며 17만명이 넘는 아동이 주거지를 상실한 상태로 분류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