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2% “임산부 배려 중” 응답… 당사자 절반 “배려 못 느꼈는데”

임산부는 공감 못하는 ‘배려’

국민 83% “배려” 임산부 절반 “글쎄”
부정적 경험 1위엔 ‘길거리 흡연’
대중교통 배려석·직장 눈치 여전

임산부의 절반 가까이는 임신을 이유로 배려받아본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산부 10명 중 6명은 “직장에서 눈치를 봤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겪은 부정적 경험 1위로는 ‘길거리 흡연’이 꼽혔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23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25년 임산부 배려 인식 및 실천수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협회가 지난 10∼11월 임산부와 일반 국민 각 1000명씩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82.6%는 ‘임산부를 배려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임산부가 배려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6.1%에 그쳤다. 두 집단 간의 인식 차가 26.5%포인트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가정·직장·일상생활로 나눠 긍정적·부정적 배려 경험을 물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임산부들은 일상생활 속 부정적 경험으로 ‘길거리(간접) 흡연’(82.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직장에서의 부정적 경험은 ‘상사·동료의 눈치 주기’(41%)에 대한 응답이 가장 많았다. 가정에선 ‘임신으로 인한 신체·정서적 변화에 대한 이해 부족’(30.4%)이 가장 많았다.

반면 임산부들이 집에서 가장 많이 배려받은 부분은 청소·빨래 같은 ‘가사 분담’이었다. 이들은 가장 필요한 도움으로도 가사 분담(46%)을 꼽았다.

서울 지하철 2호선에 임산부 배려석이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직장에서 가장 배려받은 점은 ‘출퇴근 시간 조정’(39%)이었다. 임산부가 일터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 역시 출퇴근 시간 조정(50%)이었다. 이는 임산부의 경우 유연한 근무 체계가 직장 생활 지속성을 담보하는 핵심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임산부가 지하철 등에 있는 배려석을 이용해본 비율은 79.5%로 집계됐다. 지난해 조사(92.3%)보다 감소했다. 이용할 때 불편함을 느꼈다는 임산부도 10명 중 6명(60.9%)에 달했다.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은 “이번 조사는 임산부 배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임산부의 체감 수준과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함을 보여준다”면서 “특히 대중교통 배려석 이용, 길거리 흡연 같은 일상적 불편은 제도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시민 인식 변화와 실천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