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이틀째 1480원대… 한은·국민연금 ‘백약’이 무효

원·달러 환율 가파른 상승세

1달러=1483.6원… 연고점에 바짝
관세전쟁 절정 4월과 단 0.5원差
외환스와프 등 안정책들 힘 못써
‘종가방어’ 환헤지 확대 나설 수도

3분기 해외투자 160억弗 9.3%↑
韓주식 팔고 해외서 15조 순매입
서학개미 추격매수도 불안 요인

외환당국의 총력전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중 관세전쟁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4월9일에 기록한 연고점에 바짝 다가선 모습이다. 달러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해외직접투자액 역시 대폭 증가하며 환율 상승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1484.70으로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기준 1483.6원으로,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 등으로 어수선했던 4월9일 기록한 최고점(종가기준 1484.1원)까지 불과 0.5원 남은 상황이다. 코스피는 전일 종가보다 0.28% 오른 4117.32로 거래를 마쳤다. 뉴스1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주간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3.5원 오른 1483.6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0.1원 내린 1480.0원으로 출발한 뒤 장중 1484.3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종가가 1483원대로 떨어졌지만, 올해 종가 기준 연고점을 찍었던 4월9일 1484.1원에 0.5원 차이로 바짝 다가섰다. 환율이 이틀 연속 1480원대로 마감한 건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12일(1496.5원)과 13일(1483.5원) 이후 16년여 만에 처음이다. 원화와 연동성이 큰 엔화의 약세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연말 수입업체 결제·해외 투자로 인한 달러 수요 증가 등이 원·달러 환율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외환당국이 잇달아 환율 안정책을 내놨으나 역부족인 모습이다. 국민연금은 지난주 한국은행과 외환스와프를 활용한 전략적 환 헤지를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낮추는 ‘전략적 모호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날 보건복지부와 함께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선물환 포지션 제도 합리적 조정,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부담 경감, 거주자 원화 용도 외화대출 허용 확대 등 가용 대책을 쏟아내며 안간힘을 쏟아왔지만 환율 상승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환당국의 대응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 구조적으로 확대된 달러 수요와 자본 유출 등 환율 상승 요인을 직접적으로 완화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환 헤지에 따른 대규모 달러 매도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외환당국이 연말 환율 종가를 낮추기 위해 환 헤지 확대 등 적극적인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달러의 해외 유출이 환율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올해 3분기 해외직접투자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이날 발표한 ‘해외직접투자 동향’을 보면 3분기 해외직접투자액은 160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46억9000만달러)보다 9.3% 증가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업종별 투자규모는 금융보험업(79억7000만달러), 제조업(42억1000만달러), 정보통신업(7억6000만달러), 도·소매업(6억9000만달러) 순으로 크게 나타났다. 금융보험업과 제조업은 1∼2분기에 감소세를 보였는데, 3분기에 각각 26.5%, 5.5% 증가하며 전체 증가세를 견인했다.

 

지역별로는 북미(64억8000만달러), 아시아(43억5000만달러), 유럽(25억1000만달러) 등에 대한 투자규모가 컸다. 국가별로는 미국(59억7000만달러)에 대한 투자규모가 가장 컸다. 대미 투자 증가율은 무려 55.0%에 달했다.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들의 경우 국내 증시에서 차익을 실현하고 해외주식을 순매입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증시가 모두 상승세였던 올해 7∼10월 개인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23조원 순매도하고 해외 주식을 103억달러(약 15조2800억원)어치 순매입했다. 국내외 주식의 단기 수익률이 증가하면 국내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고, 해외 주식은 추격 매수하는 행태가 관측됐다. 한은은 “(한국과 미국 증시 간에) 장기적인 수익률 격차로 인해 투자자들의 수익률 기대가 국내 증시는 낮게, 미국 증시는 높게 고정됐다”며 “국내 자본시장의 장기 성과와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