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3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내란전담부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함에 따라 우리 헌정사상 네 번째로 특정 사건을 전담 심리할 재판부가 들어서는 일이 65년 만에 현실화하게 됐다. 과거의 특별재판부 또는 재판소가 해방 정국과 군부 독재 시절의 정정 불안과 맞물려 등장했다면, 이번 내란전담부법은 12·3 비상계엄으로 인한 헌정 질서 중단 위기를 극복한 입법부가 반대 세력의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허용하며 적법 절차를 밟아 처리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과거엔 정정 불안 속 수사·재판 동시에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과거 특정 사건 심리를 위해 설치됐던 재판부 혹은 재판소로는 ‘반민족 행위 특별재판부’와 ‘부정선거 관련자 특별재판소’, ‘5·16 혁명재판소’가 있다. 우선 반민족 행위 특별재판부의 경우 제헌 국회가 ‘반민족 행위 처벌법’을 제정함에 따라 반민족 행위 특별조사 특위(반민특위)가 1948년 10월 설치되면서 사실상 첫발을 뗐다.
◆이번엔 위헌 우려에 수정안 처리
이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된 내란전담부법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각각 2개 이상 내란전담부를 설치하도록 했다. 또 내란죄 사건 관련 압수수색·체포·구속영장을 전담 심사하는 영장전담판사를 2명 이상 두도록 했다. 아울러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판사회의가 전담재판부 구성 기준을 마련한 뒤 각 법원 사무분담위원회가 판사 배치안을 정하면 판사회의가 의결하도록 했다. 국회가 판사 인사에 관여하는 것은 삼권분립 훼손이자 위헌이라는 지적이 각계에서 제기되자 기존 안에서 상당 부분 후퇴한 수정안을 처리한 것이다.
한편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지난 18일 의결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는 전담재판부 숫자를 미리 정해 두지 않았고,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내란·외환 사건을 심리하며 기존에 심리하던 사건도 계속 심리할 수 있다고 정했다는 점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내란전담부법과 차이가 있다.
예규안에 따르면 각급 법원에서 전체 판사회의와 사무분담위원회를 거쳐 전담재판부 수를 정하면 모든 재판부에 무작위 배당을 한다. 배당받은 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지정된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는 기존에 심리하던 사건의 전부를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기존 사건의 시급성과 업무 부담의 정도 등을 고려해 부득이한 경우 일부 사건을 재배당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