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3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내란전담부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함에 따라 우리 헌정사상 네 번째로 특정 사건을 전담 심리할 재판부가 들어서는 일이 65년 만에 현실화하게 됐다. 내란전담부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막판 수정을 통해 위헌성 문제를 해소했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는 여전히 위헌 논란을 의식하고 있다.
◆위헌 우려에 수정안 처리
이날 민주당 주도로 처리된 내란전담부법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각각 2개 이상 내란전담부를 설치하도록 했다. 또 내란죄 사건 관련 압수수색·체포·구속영장을 전담 심사하는 영장전담판사를 2명 이상 두도록 했다. 아울러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판사회의가 전담재판부 구성 기준을 마련한 뒤 각 법원 사무분담위원회가 판사 배치안을 정하면 판사회의가 의결하도록 했다.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지난 18일 의결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는 전담재판부 숫자를 미리 정해 두지 않았고,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내란·외환 사건을 심리하며 기존에 심리하던 사건도 계속 심리할 수 있다고 정했다는 점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내란전담부법과 차이가 있다.
예규안에 따르면 각급 법원에서 전체 판사회의와 사무분담위원회를 거쳐 전담재판부 수를 정하면 모든 재판부에 무작위 배당을 한다. 배당받은 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지정된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는 기존에 심리하던 사건의 전부를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기존 사건의 시급성과 업무 부담의 정도 등을 고려해 부득이한 경우 일부 사건을 재배당하지 않을 수 있다.
◆법조계는 여전히 ‘우려’
대법원이 이날 내란전담부법 처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은 법안이 그간 사법부가 강조한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에 대해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법원에 재량권을 줬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짙다. 이에 내란 사건 항소심을 담당할 서울고법이 판사회의와 사무분담회의 등을 통해 마련할 전담재판부 구성 기준이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은 이르면 다음달 전담재판부 수와 구성을 논의할 판사회의를 개최할 전망이다. 구체적인 구성 방식에 대해선 선거·부패 등 주요사건을 해당 전담재판부에 한정해 무작위 전산 배당하는 전문재판부 운영과 유사한 방식 등이 거론된다. 전체 재판부를 대상으로 무작위 배당을 한 후 배당된 재판부를 내란전담재판부로 지정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다만 법조계에선 내란전담부법에 대한 위헌성 논란이 여전하다는 우려가 많다. 특정 사건만을 대상으로 하는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이나 헌법 개정 없이 법률만을 근거로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내란 사건 당사자들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해 재판 지연의 가능성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통과된 안이 사법부 예규안과 큰 차이가 없다지만 법률로 특정 사건을 위한 특별재판부를 두는 것은 여전히 위헌 소지가 있다”며 “재판 당사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이나 헌법소원 제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이를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받아들여 재판이 정지되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윤석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내란전담부법의 위헌성을 문제삼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고려 중이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받아들이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재판이 중지된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이정엽) 심리로 열린 추가 구속심문 종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그 명칭 자체로 확정판결 전에 사회적인 내란범 낙인을 찍어 유죄를 전제하고 있다”며 “결국 결론이 정해진 재판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