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연구진 “9·32·66·83세에 뇌가 바뀐다”…뇌 건강의 분기점

백질의 밀도가 말해주는 인지 건강
뇌의 빅뱅부터 파편화까지 5단계
인간의 뇌가 평생에 걸쳐 네 번의 전환점을 지나며 다섯 가지의 뚜렷한 ‘시대’를 관통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의 뇌가 평생에 걸쳐 네 번의 전환점을 지나며 다섯 가지의 뚜렷한 ‘시대’를 관통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지난달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에서 인간 뇌 속의 연결 패턴이 평균적으로 9세, 32세, 66세, 83세에 달라진다고 밝혔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영국의 신생아부터 90대 노인까지 4000여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진은 뇌의 ‘백질(白質·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에 있는 신경섬유 다발)’이 나이가 드는 데 따라 달라지는 상황을 추적했다.

 

다만, 그 전에 연령대별 단계가 바뀌는 시점은 개인차가 크며 논문에 제시된 시점도 평균에 불과하다는 설명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인생의 첫 10년 동안 뇌는 스폰지처럼 정보를 흡수하며 무수한 신경 연결을 만드는 마치 ‘뇌의 빅뱅’ 같은 시기를 거친다. 9세 무렵 찾아오는 첫 번째 전환점에서 뇌는 대대적인 ‘가지치기’로 질적 성장을 한다. 불필요한 연결은 과감히 쳐내고 정보 전달 통로인 백질의 밀도를 정점까지 끌어올린다.

 

9세쯤부터 시작되는 뇌의 '청소년기'는 약 32세까지 지속된다. 이 시기는 뇌 내 연결의 효율성이 높아지며, 뇌 영역 간의 통신 능력이 향상된다.

 

32세는 뇌의 배선 작업이 안정화되는 기점이다. 이때부터 60대 중반까지는 뇌 건강의 가장 긴 안정기다. 지능과 정서적 조절 능력이 높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66세 전후로 뇌는 세 번째 전환점을 맞이한다. 고도로 동기화되었던 뇌 네트워크가 서서히 어긋나기 시작하는 단계다. 뇌의 핵심 통신 허브들이 효율성을 잃으면서, 이전에는 자동으로 수행하던 일들을 처리할 때도 뇌는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정보 처리 속도를 담당하는 백질이 본격적으로 퇴화하며 인지적 순발력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

 

83세에 도달하면 뇌는 마지막 전환점을 통과한다. 이 시기 뇌의 각 영역은 더 이상 유기적인 대륙처럼 소통하지 못하고, 마치 고립된 섬들의 집합처럼 파편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뇌가 판단을 내릴 때 전체를 종합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개별 영역과 사용 빈도가 높은 소수의 영역 간 경로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 연구는 특정 연령대에 뇌 관련 특정 질환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논문 저자들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자폐 진단은 아동기에 이뤄지며, 정신병 사례의 약 4분의 3은 20대 초나 그 전에 시작된다. 알츠하이머병은 일반적으로 연구자들이 초기 노화 단계라고 부르는 시기에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