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가장 큰 공포 중 하나는 ‘보이지 않는 눈’이다. 공중화장실의 불법 촬영 카메라부터 기업 핵심 기술을 노리는 초소형 스파이 캠까지, 원치 않는 촬영 위협이 일상과 산업 현장 곳곳에 도사린다. 카메라는 날이 갈수록 교묘하게 숨어들고, 불법 촬영 사실을 인지해도 퍼지는 속도가 워낙 빨라 사후 대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에스프레스토는 애초에 촬영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기술에 주목했다. 불법 촬영에 성공해도 사진이나 영상 결과물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게 하는 ‘라이트세이버’ 기술을 개발해 조명으로 만들었다. 조명만 켜놓으면 정보 유출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셈이다.
라이트세이버는 내년 1월 개최되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6’에서 사이버보안 부문 혁신상을 거머쥐었다.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에스프레스토 사무실에서 만난 손동현 대표는 “연구로만 머무는 기술보단 실제 세상에 사용되는 기술을 보고 싶은 이들과 함께 창업을 했다”며 “보안과 영상을 연구하던 중 무단 촬영의 심각성을 인지했고, 특히 사회에 큰 피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라이트세이버의 작동 원리에 대해 “인간의 눈과 카메라 센서의 ‘인지와 기록의 메커니즘 차이’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사람에게는 편안한 빛이지만, 카메라 센서에는 교란을 일으키는 특정한 패턴의 빛을 쏘는 방식이라는 뜻이다. 손 대표는 “라이트세이버 조명은 공인 시험기관을 통해 KC 안전인증과 방송통신기자재 적합등록을 모두 획득했다. 해외 기준 중 엄격한 일본 전기용품안전법(PSE) 기준에 맞춰 개발을 진행해 장시간 노출 시의 피로도까지 고려했다”며 인체 안정성도 확보했다고 전했다.
라이트세이버의 진가는 단순한 촬영 방해를 넘어선다. 손 대표는 이를 ‘안티 인공지능(AI)’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최근 카메라는 AI 보정 기능을 통해 흐릿한 사진도 선명하게 살려내는데, 라이트세이버는 이 같은 AI의 추론 과정 자체에 개입해 사물인식률과 텍스트 추출 성공률을 현저하게 낮춘다. CES 심사위원들이 주목한 혁신성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단순한 물리적 차단이 아닌, AI 비전 기술을 무력화하는 진보된 사이버 보안 기술로 인정한 것이다.
손 대표는 “기존 연구가 적어 참고할 사항도 없었다. 모든 시행착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겪어야 했다”면서도 “현재는 국내 유명 조명 기업과 손잡고 내년 상반기 판매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첫 번째 타깃은 불법 촬영이 빈번한 상업 시설의 화장실과 탈의실이고, 이후 학교나 관공서로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반도체 등 핵심 기술 유출이 치명적인 첨단 기업의 보안 시설까지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손 대표는 이번 CES를 통해 글로벌 파트너를 발굴하며 세계로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손 대표는 “사명 에스프레스토는 시큐리티와 소프트웨어의 앞글자인 에스(S)와 이탈리아어로 ‘매우 빠르게’라는 뜻을 가진 음악 용어 ‘프레스토’를 합친 것”이라며 “급변하는 보안 위협에 빠르게 IT 기술로 대응하고, 고객사 인프라에 가장 신속하게 최적의 솔루션을 구축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