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고숙련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H-1B 취업 비자 획득 절차를 고임금 노동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미 현지 프로젝트에 나서는 한국 대기업들에 경영상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DHS)는 이날 H-1B 취업 비자 취득 방식을 기존의 무작위 추첨에서 고임금 노동자들에게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최종안을 확정해 홈페이지에 고시했다. 일반 6만5000개, 석사 이상 2만개 할당량은 기존과 같다. 이날 고시된 변경안은 내년 2월27일 정식 발효될 예정이다.
지난 9월 발표한 개편안 초안을 보면 미 행정부는 신청자를 임금별로 4등급으로 나누고 최고 구간은 4개 풀, 최저 구간은 1개 풀에 넣어 추첨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이 같은 세부안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미 시민권·이민국(USCIS)의 매슈 트래게서 대변인은 “기존 무작위 선정 방식은 고용주들이 미국인 근로자보다 낮은 임금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하려는 목적으로 악용해왔다”면서 “바뀐 방식은 더 높은 임금과 숙련도를 갖춘 외국인 근로자가 비자를 신청하도록 장려함으로써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 등 전문직 종사자들을 위한 비자로 기본 3년 체류가 허용되고, 연장도 가능하며 영주권까지도 신청할 수 있다. 미 보수진영은 H-1B 비자 프로그램이 인도를 비롯한 외국인들이 저임금으로 미국으로 유입되는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H-1B 비자의 신청 수수료를 기존 1000달러(약 145만원)에서 10만달러(약 1억4500만원)로 100배나 증액하는 포고문에 서명했고, 이날 미 연방법원이 해당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기각해 최종 확정됐다.
새 H-1B 취득 방식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들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도록 설계됐다는 평가다. 전 세계 최고 인재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미 글로벌기업들은 지속적으로 H-1B 비자 취득에 ‘예측가능성’을 높여달라고 요구해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해외 투자를 지속해서 늘려야만 하는 국내 대기업들에도 동일한 이점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H-1B 비자를 활용하는 중소기업이나, 미국 신입 취업 준비생들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한 해 2000명 안팎이 H-1B 비자를 받고 있다.
H-1B 취업 비자 개편은 2기 정부 출범 이후 문턱을 높이는 트럼프 행정부 이민자 정책의 연장선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 외에도 망명까지 대폭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CBS방송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법원에 계류된 수천건의 망명 신청을 취소하고, 망명 신청자는 자국이 아닌 제3국으로 추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