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로켓이 좋았다. 10살 꼬마는 집에서 로켓에 불을 붙이다가 집안 물건들을 태우기 일쑤였다. 보다 못한 부모님은 베란다 한편에 ‘실험실’을 만들어 줬다. 다리미판과 서랍 하나가 전부였지만 꼬마의 꿈을 키우기엔 충분했다. 밤늦게까지 화약 성질을 분석하고, 화약반응을 높이는 실험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위험한 실험이었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성문(29) 우주로테크 대표는 꿈을 꾸기 시작한 날을 더듬었다. 시작은 새였다고 한다. 날아다니는 게 좋아 비행기를 좋아하게 됐고, 더 높이 나는 로켓을 알게 됐다. 이후 로켓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 과학의 날 행사 땐 물로켓 시·도 대회를 거쳐 전국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2009년 한국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에 갔다가 우연히 충남대 로켓 동아리가 전시한 화학로켓을 봤고, “저게 내 미래”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 대표는 “로켓이 좋았습니다. 멋있었거든요”라고 했다.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불을 뿜으며 치솟는 로켓, SF영화에 나올 법한 우주복을 입고 유영하는 우주비행사들이 멋있어 보였다고 한다. 당시 우리나라는 우주탐사 기대감에 들썩였다. 2008년 이소연 박사가 한국인 최초로 우주비행을 했고, 이듬해엔 나로호가 우주로 향했다.
지구 저궤도를 도는 1만5000여기의 위성, 로켓 잔해들과 충돌하지 않게 궤도를 예측하고, 회피 궤도를 전달하는 교통관리사업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케이한 스페이스, 호주의 세이버 아스트로노틱스 등이 선도 기업인데, 우주로테크는 궤도 정밀도를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주 기업 대부분이 미 우주군으로부터 궤도·충돌 정보를 받지만 공개 데이터는 정밀도가 떨어진다”며 “섭동력(궤도 변화를 일으키는 힘)을 세밀하게 계산해 정밀도를 높이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지구 중력 불균형, 태양 활동, 행성 중력, 조수간만의 차, 상대성 효과 등을 분석해 충돌 가능성을 살핀다.
위성 폐기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위성 이동 반대 방향으로 추력을 줘 속도를 낮추고 서서히 고도를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대형 위성들은 자체 추진계가 있지만 초소형 위성은 부피가 작아 폐기 장치를 넣기 어려웠다. 이 대표는 “폐기 장치를 넣으면 발사비가 5000만∼1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고, 다른 실험장치를 넣을 공간이 줄어들게 된다”며 “위성 내부공간을 침해하지 않게 외부 패널처럼 부착되는 장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진 돈을 들여 위성을 폐기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2022년 미국이 5년 내 위성 폐기 의무를 담은 규제를 발표했고, 유럽연합(EU)도 우주 쓰레기 총량을 제한하는 비슷한 규제를 내면서 위성 폐기 시장이 만들어졌다.
우주산업이 확대되고 있지만 생태계 구축은 미진한 상황이다. 미국은 우주군이 민간기업을 선발해 역량을 활용한다. 벤처캐피털과 투자은행(IB) 등이 펀드를 조성하고 선발 기업에 투자하는 구조다. 정부는 돈을 적게 들여 기업 역량을 구매하고, 투자자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투자, 우주기업은 성장하는 생태계다. 이 대표는 “세금을 써서 특정 기업을 키우는 방안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다. 정부·군이 기업의 우주 역량을 구매·활용하겠다는 신호를 주면 민간자금이 들어올 경로는 충분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