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채널인가 했네ㅋㅋㅋ 자체 상품으로 이런 콘텐츠를 만들다니 천재인데?”
스타벅스 텀블러를 들고 초록색 나비넥타이를 맨 채 엉거주춤 춤을 추자 “‘병맛’ 좀 친다”는 댓글이 잇따랐다. 기업 유튜브 채널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반응이다. ‘727스튜디오’는 얼핏 보면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파트너들이 만든 채널 같다. 하지만 어엿한 스타벅스 코리아의 공식 유튜브 채널이다. 올해 1월 독립 채널로 출범한 727스튜디오는 개설 1년여 만에 구독자 10만명을 넘어섰다. 기업 유튜브로는 눈여겨볼 만한 수치다.
채널을 이끄는 주인공은 스타벅스 코리아 대내협력팀 전현우(34·닉네임 스틴) 파트너와 김준형(32·구키) 파트너. 이들은 브랜드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디브랜딩 전략이 통했다고 봤다. MZ세대 직원이 직접 기획하고 출연하는 예능형 콘텐츠가 주효했다는 평도 나온다.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젊은 직원을 내세운 마케팅이 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지난달 17일 서울역 인근 스타벅스 아카데미에서 이 두 파트너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 727스튜디오, 정체가 뭔가. ‘셋방살이’였다던데.
“(전 파트너) 기존 스타벅스 코리아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스벅TV’ 콘텐츠를 운영했다. 다양한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촬영, 편집까지 했는데 ‘B급 감성’이 점차 먹혀서 콘텐츠가 인기를 얻게 됐다. 내부적으로 ‘예능형 콘텐츠와 브랜드 콘텐츠를 한 채널에 섞기보다 분리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논의가 계속 있었고, 저를 포함한 젊은 직원들의 바람도 있었다. 올해 1월 727 스튜디오로 독립했다.”
- 신세계그룹 계열사이기도 한데, 어떻게 ‘B급’을 녹여냈나.
“(전 파트너) 본 채널은 커머셜 성격이 강해 사실 우리의 민낯을 풀어내기에 한계가 있다. 그리고 보통 어느 기업의 공식 유튜브 채널이라 하면 거기에서 오는 딱딱함이 있지 않나.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성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채널명에서 ‘스타벅스’를 뺐다. 처음엔 무슨 채널인지 알 수 없게 했다. 오징어게임 패러디 같은 콘텐츠도 그 덕에 가능했다. 기업이라서 못 할 것 같은 걸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 727의 의미는.
“(김 파트너) 727은 스타벅스 코리아의 개점 기념일인 7월27일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영상을 오후 7시27분에 업로드하고 있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스타벅스의 또 다른 채널이란 걸 알고 계시지만 초반 화제성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 본 채널과의 차별점이 있다면.
“(김 파트너) 본 채널은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727은 보다 친화적인 방식으로 스타벅스를 풀어낸다. 우리 콘텐츠는 스타벅스 소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되, 음료·푸드·MD 등 고객들이 궁금해하는 스타벅스 뒷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소비자 일상에 스며들도록 만든다. 구독자들도 이런 포인트를 알고 부담스럽지 않게 콘텐츠를 소비한다. 스타벅스에 대한 애정이 올라갔다는 반응도 종종 마주한다. 채널 독립 이후 결과적으로 두 채널 모두 조회수가 잘 나오고 있다. 상충이 아니라 상생이라 본다.”
- 기획부터 제작까지,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나.
“(김 파트너) 기획, 자막, 출연 모두 둘이서 한다. 밤낮없이 아이템 고민을 한다. 온라인 반응을 실시간으로 살피고, 구글 트렌드를 확인하고, 유관 부서에 홍보가 필요한 사안도 훑는다. 자기 전에도, 화장실에서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꼭 메모해 둔다. 지방 출장 중에도 둘이 같은 방에서 쉬다가 갑자기 아이디어 회의를 하기도 했다. 나이대도 비슷하고 마음도 잘 맞아 자유롭게 소통하고 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전 파트너) 아무래도 현장 파트너들이 등장한 콘텐츠들이다. 스타벅스 굿즈를 소개하는 ‘쇼 미 더 굿즈’는 내부 파트너를 섭외해 토크쇼 형태로 진행했는데 재밌다는 반응이 많았다. 파트너들이 우리 주요 자산이다. 무궁무진하다. 끼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727은 그들에게 기회가 되는 채널이다. ‘엄마, 나 유튜브 나와’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파트너들도 있다.”
- 현장 파트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데.
“(전 파트너) 사실 홍보팀에 스카우트 되기 전 2015년 스타벅스 바리스타로 먼저 입사했다. 현장에서 근무하다 보니 우리나라만의 스타벅스 문화가 너무 재밌었다.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스타벅스 리뷰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업로드했는데, 꽤나 인기를 얻었다. 스타벅스 홍보 사회공헌팀에서 제의를 주셔서 2019년 언론파트로 직무를 변경해 스벅TV를 만들게 됐다. 컴퓨터공학과 출신이라 제작이나 편집을 좋아했던 점도 결정에 한몫했다. 현장 파트너로 시작해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 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 영상 출연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전 파트너) 스벅TV 때까지는 직접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다 점점 해보고 싶은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부캐’를 만들어 등장하게 됐다. 나름 도전이었다. 댓글은 다 본다. ‘목소리 듣기 싫다’ ‘그만 앵앵거려라’ 같은 인신공격도 있다. 상처를 받지 않는 건 아니지만 슬퍼할 틈이 없다. 다음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니까.”
“(김 파트너) 자발성이 없으면 영상에서 바로 드러난다. 우리가 직접 출연하는 이유는 스타벅스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이기 때문이다. 고민은 거의 하지 않았다.”
- 727의 목표는.
“(김 파트너) 단기적으로는 유튜브 골드버튼이다. 장기적으로 더 많은 파트너를 발굴하고 싶은 목표도 있다. 국적, 나이, 직무 상관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스토리다. 다양한 캐릭터가 모여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 727만의 ‘한 끗 차이’는 뭔가.
“(전 파트너) 다른 어느 기업에도 없는 스타벅스의 ‘파트너’들이다. 우리는 둘이지만 뒤에는 2만4000여명의 파트너들이 있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하는 전우 같은 느낌이다. 이건 누구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우리만의 콘텐츠다. 혹시 출연을 원하는 파트너가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