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영양제 종류를 따지지 않고 한꺼번에 챙겨 먹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 한 컵에 여러 영양제를 함께 삼키는 식이다. 하지만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런 복용 습관은 일부 영양제의 흡수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평가다. 의료진과 약사들은 “영양제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떤 조합으로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한다.
◆ 같이 먹으면 손해가 되는 조합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철분제와 커피·차다. 커피와 녹차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과 탄닌 성분은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인체 연구에서도 철분을 섭취한 뒤 커피를 마셨을 때 음식에서 흡수되는 철의 양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철분제를 먹을 때는 커피나 차를 바로 함께 마시지 않도록 권한다.
철분제와 칼슘을 함께 먹는 습관도 흔하다. 하지만 두 성분은 장에서 흡수되는 과정이 겹쳐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칼슘 섭취가 철분 흡수율을 낮출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이에 의료진과 약사들은 철분과 칼슘을 같은 시간에 먹기보다, 아침과 저녁처럼 나눠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
유산균은 뜨거운 음료와 함께 먹는 습관이 문제로 꼽힌다. 유산균은 열에 약해 뜨거운 물이나 갓 내린 커피와 함께 섭취하면 균의 생존율이 낮아질 수 있다. 일부 제품은 뜨거운 음료와 함께 섭취하지 말라고 안내한다. 유산균은 미지근한 물과 함께 먹거나 뜨거운 음료 섭취와는 간격을 두는 것이 권장된다.
◆ 복용 방식이 중요한 영양제
비타민 D는 지방과 함께 흡수되는 지용성 비타민으로, 공복보다는 식사와 함께 복용할 때 흡수율이 높다. 임상 연구에서 식사와 함께 복용했을 때 혈중 비타민 D 수치가 더 잘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급하게 공복에 먹기보다는 식사 직후 복용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오메가3는 복용 시간보다 공복 여부에 따라 체감 반응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 영양제다. 지방 성분과 함께 흡수되는 특성상 공복에 섭취할 경우 속 불편이나 비린 트림을 경험하는 사람도 있다. 식사와 함께 복용했을 때 혈중 EPA·DHA(오메가3의 주요 지방산) 농도가 더 높아졌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이 때문에 오메가3는 공복 복용을 피하라고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마그네슘은 섭취량과 복용 방식에 따라 부작용 여부가 갈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영양제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마그네슘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보충제 형태로 과량 섭취할 경우 설사나 복통 등 위장 불편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공복 상태일 때보다는 식사 중이나 식사 직후에 나눠 복용하는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은 마그네슘이 체내에 축적될 수 있어 복용 전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영양제를 많이 챙겨 먹는 것보다 성분 간 상호작용과 복용 순서를 고려하는 것이 효과를 좌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공복 복용이 필요한지, 식사와 함께 먹는 것이 나은지, 특정 음료나 다른 영양제와 함께 피해야 할 조합은 없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불필요한 손해를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