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교류·협력 의지에도… ‘두 국가론’ 장벽 높이는 北 [2026 신년특집-분단 80년, 통일은 어디에]

남북교착 지속… 돌파구는
정부, 평화교류실 되살리고 대화 노력
민간 교류 뒷받침할 입법 지원도 나서
일각선 “국민적 합의부터 모색” 지적도

국회미래硏 ‘외교안보 인식조사’ 결과
與, 김정은 정권과 대화에 긍정적 의견
국힘 의원 75% ‘부정적’ 입장… 이견 커

트럼프 4월 中 방문 변곡점 작용 기대
北·美관계 훈풍 땐 극적 돌파구 가능성
北 격렬한 거부감 ‘비핵화’ 접근 난제로

북한이 헌법까지 개정하며 ‘적대적 두 국가론’을 강화하고, 윤석열정부가 강경한 대북정책을 분명히 하면서 최근 몇 년간 남북관계는 모든 면에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긴장감 가득한 한반도 정세를 이어받은 이재명정부는 교류·협력에 방점을 두며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 보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끊임없이 선의를 전하고 노력해 바늘구멍이라도 뚫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적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남한을 적대시하는 북한의 태도가 워낙 완고하기 때문이다.

◆바늘구멍이라도… 지속·제도적 교류·협력 추진



지난해 11월 아프리카·중동 순방 중 이 대통령은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자꾸 피하면 쫓아가서라도 말을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화 의지를 강력하게 표현한 것이다.

대북정책을 이끄는 통일부는 지난 19일 2026년을 “한반도 평화공존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한 업무계획을 밝혔다. 남북과 중국을 연결하는 철도 준비작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원산갈마지구 평화관광 등 교류 프로젝트와 한반도평화특사 신설 추진 등이 주목된다. 지난 십수년간 대북제재 체제가 공고화하고, 북한 관련 현안이 교류협력에서 북핵으로 이동한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야심 찬’ 포부다.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는 정부이지만 남북 간 단절과 적대 해소가 우선이라는 절박함에 따라 마련한 구상으로 해석된다. 한반도평화특사의 경우엔 미국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교류협력을 뒷받침할 법, 제도의 정비에도 적극 나선다. 통일부는 민간 영역에서 교류협력에 나서기 쉽도록 교류협력 관련 법률개정안 입법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념 따른 인식 격차… 국민적 합의 모색해야

북한과의 교류, 나아가 평화공존 정책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하는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강하다. 이념 성향에 따라 북한을 보는 인식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유화적 대북정책이 남남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 11월 공개한 ‘2025년 외교안보 현안 인식조사’를 보면 시민과 국회의원은 이념에 따라 대북정책에 대한 판단이 크게 엇갈렸다. 스스로를 진보 성향으로 규정한 응답자들은 ‘대화와 타협을 추구해야 한다’는 응답이 83.6%였지만 보수 성향 응답자들은 64.9%가 ‘그렇지 않다’고 답하며 대북 강경론을 지지했다. 국회의원의 경우에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이 김정은 정권과의 대화에 긍정적인 의견을 보인 반면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75%가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런 여론 지형은 대북정책을 둘러싼 첨예한 논쟁을 낳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주창한 ‘평화적 두 국가론’이 대표적이다. 정 장관은 “통일을 지향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남북이 현실적으로 두 국가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영구분단을 인정하는 반헌법적 인식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두고도 ‘북한 눈치 보기’라는 비난이 거셌다.

◆북·미 대화 기반, 한반도 훈풍 가능할까

올해 남북관계에 변곡점을 만들 수 있는 대형 이벤트로 꼽히는 것이 4월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지가 강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한반도 정세를 논의할 경우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북·미 관계에 훈풍이 불고 그것을 지렛대로 삼아 남북관계에도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을 기대해 볼 만하다.

북한도 미국과의 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북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할 경우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개인적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은 북한과의 정상외교 재활성화를 계속 모색하고 한국은 이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한·미가 대북정책의 목표 중 하나로 공유하지만, 북한이 격렬한 거부감을 보이는 비핵화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이다. 비핵화 문제를 전면적, 우선적으로 내세울 경우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협상 초반에서 다루는 대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의 감소와 그에 대한 상응 조치를 병행으로 추진해 현상의 결과로 비핵화에 도달하는 점진적 비핵화가 현실적 대안”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