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에도 야외 활동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최근엔 MZ세대 사이에서 등산이 새로운 취미로 떠오르면서, 등산과 어린이를 결합한 ‘등린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하지만 겨울 산행은 낮은 기온으로 인한 신체 경직과 미끄러운 등산로, 짧은 일조 시간 등 사고 유발 요인이 다른 계절보다 많아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겨울엔 눈이 오지 않았더라도 숨어있는 빙판길이 있을 수 있어 아이젠을 준비하고, 목도리와 장갑 등 방한용품으로 몸의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안전을 위한 겨울 산행 수칙을 알아봤다.
25일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안전한 산행을 위해 기상 체크 및 건강 상태 점검, 비상식량 준비, 가벼운 체조 등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산행 전엔 최소 15분 이상 발목·무릎·허리 중심으로 스트레칭을 실시해 경직된 근육을 이완하고 몸의 체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산행 시 복장은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어 저체온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몸에 꽉 끼는 옷은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동상 위험을 높일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등산화가 벗겨지지 않게 하려고 끈을 너무 꽉 조이는 것도 좋지 않다. 최근엔 레깅스를 입고 산행을 즐기거나 소셜미디어(SNS)에 ‘인증샷’을 남기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겨울 산행시엔 피하는 것이 좋다. 몸을 조이는 옷은 저체온증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등산 바지에 비해 방수 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손이나 귀가 시리다고 몸을 웅크리는 행동도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때문에 방한용 모자나 귀마개, 장갑을 반드시 착용한다. 핫팩과 손난로 등 보온장비를 챙겨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산행을 하다가 땀이 나거나 빗물에 젖었을 때 갈아입을 여벌의 옷도 챙긴다.
산행 중에는 낙상으로 인한 골절 사고 예방에 주의해야 한다. 눈이나 살얼음이 덮인 겨울산의 노면은 일반적인 흙길과 달리 마찰력이 거의 없어 넘어질 때 신체가 방어 기제를 작동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때 낙상 사고는 주로 뒤로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는 척추에 체중의 몇 배에 달하는 수직 압력을 가해 뼈가 찌그러지듯 부러지는 척추압박골절을 유발한다. 골밀도가 낮은 중노년층의 경우 가벼운 충격에도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척추 변형이나 신경 압박으로 악화될 수 있다.
실제 올해 초 국립공원공단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겨울철(1월) 발생한 안전사고 중 실족에 의한 골절이나 부상이 9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힘찬병원 김강언 원장은 “낮은 기온은 몸을 경직시켜 관절의 가동 범위를 현저히 줄어들게 한다”라며 “신체 유연성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얼어붙은 지면을 딛거나 미끄러질 경우, 균형 상실에 대응하는 자세 제어 능력이 떨어져 충격 후 중증 외상을 당할 위험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접지력이 좋은 등산화를 착용하고, 눈이 오지 않았더라도 숨어있는 빙판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아이젠(등산화 바다에 부착하여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등산 장비)과 등산 스틱을 챙기는 것이 좋다. 아이젠은 자신의 등산화 크기에 딱 맞는 것을 선택하여 결속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등산 스틱은 신체 하중을 30%가량 분산시키고 균형 감각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보행 시에는 보폭을 평소보다 좁게 하고, 발바닥 전체로 지면을 누르듯 착지한다.
배낭 무게는 가볍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배낭 무게가 늘면 몸통이 앞으로 기울고, 이를 버티기 위해 척추기립근이 지속적으로 긴장하면서 허리 통증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하산 시 무릎에 체중의 3~5배에 달하는 하중이 실리게 되는데, 추운 날씨 탓에 근육이 수축되고 관절이 굳어지면 쉽게 무릎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하산 시간의 압박으로 서두르다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피로로 대퇴사두근과 종아리 근육이 흔들리며 무릎이 버티는 힘이 떨어지고, 작은 미끄럼에도 발목을 접질리기 쉽다. 겨울 산은 오후 4시만 넘어도 급격히 어두워지므로, 전체 산행 시간을 평소의 1.5배로 잡고 일찍 하산을 시작해야 한다. 발목이 불안하다면 테이핑이나 압박붕대, 발목보호대를 활용한다.
산행 후 관절 부위에 열감이 있거나 부어오른다면 냉찜질을 통해 염증 반응을 억제해야 한다. 단순한 피로감만 있다면 온찜질이나 반신욕을 통해 경직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혈액 순환을 돕는 것이 좋다. 만일 수일 이상 통증이 지속되거나 허리를 펴기 힘들다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김 원장은 “하체 근력이 부족한 중노년층의 경우, 보조장비를 적극 활용하고 보폭을 줄이면서 천천히 걷는 것이 현명하다”라며 “나이가 들어갈수록 균형감각이나 사고 위험에 대처 능력이 떨어져 골절상 당하는 것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