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핵 폭주’하며 한국의 핵잠 추진 비판한 北의 적반하장

김정은 “핵 무력 구성의 결심은 불변”
南이 도입하려는 핵잠은 핵무기 아냐
핵잠 관련 한·미 별도 협정 서두르길
[서울=뉴시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정평군 지방공업공장, 종합봉사소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5.12.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핵추진 잠수함 건조 현장을 지도하며 한국의 핵잠 보유 추진에 대해 “우리(북한)의 안전과 주권을 침해하는 공격적 행위”라고 맹비난한 사실이 어제 조선중앙통신 보도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그제는 동해 상에서 실시된 북한군의 신형 장거리 대공 미사일 시험도 참관했다고 한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남한이 북한에 잇따라 유화 메시지를 보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 희망 의사를 밝혔는데도 북한은 오로지 무력 증강에만 힘을 쏟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현재 북한이 건조 중인 핵잠은 8700t급으로 이미 외형이 거의 갖춰진 상태다. 한국보다 먼저 핵잠을 완성해 실전에 배치할 수 있음을 과시한 셈이다. 여러 군사 전문가들 지적대로 러시아에서 핵잠용 소형 원자로를 아예 통째로 가져왔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핵무기 보유국’을 자처하는 북한은 핵잠에 핵탄두가 탑재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장착할 것이 확실시된다. 김 위원장이 “적이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는 핵 무력 구성에 대한 결심은 불변”이라고 강변했다니, 한·미 동맹을 겨냥한 ‘핵 폭주’가 아닌가.



지난 10월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 합의 내용에 따라 남한이 도입하려는 핵잠은 기름 대신 원자력을 추진 동력으로 삼는 잠수함일 뿐이다. 잠항 시간이 늘어나고 작전 반경이 넓어지긴 하겠으나, 이른바 ‘핵무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핵무기가 없지만 핵잠 보유를 추진 중인 호주의 사례도 있지 않은가. 김 위원장이 남한의 핵잠 도입 시도를 “반드시 대응해야 할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가차없는 보복 공격” 운운한 것은 적반하장이요,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이 누구인지 김 위원장은 자문하길 바란다.

남북 간에 핵잠 경쟁까지 가속화하며 한반도를 둘러싼 해양 안보 지형은 예전과는 180도 다른 차원으로 변화하는 모양새다. 외교·안보 당국은 북한 군부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분석하며 북한 핵잠에 대응할 능력을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고 돌아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국 해군의 핵잠 도입을 위해 한·미가 별도의 협정 체결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음을 소개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한의 위협에 맞서 우리 안보를 굳게 지키려면 핵잠 관련 협정을 위한 양국 정부 관계자들 간 논의에도 속도를 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