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국 가정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로렌조 오일’은 아들의 희귀 유전병을 고치기 위해 헌신하는 부모의 감동 스토리다. 로렌조의 진단명은 부신백질이영양증(ALD). 뇌의 백질이 파괴되면서 점차 운동과 언어·시각 기능을 상실하는 절망적인 병이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80년대만 해도 치료법이 없었다. 부모는 의학 논문 등을 독학하면서 병의 원인을 추적해 두 가지 식물성 기름을 조합한 치료 약을 만들어 낸다. 영화의 제목이 된 ‘로렌조 오일’이다. 병의 진행이 늦춰졌지만 호전되진 않았다. 영화는 로렌조의 거동이 불편해지는 엔딩을 담담히 보여준다. 지금은 로렌조 오일보다 효과가 좋은 신약이 개발됐다. 완치 약이 아닌데도 1회 투여 가격이 300만달러(43억여원)에 이른다. 서민은 꿈도 꾸지 못할 액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희귀질환을 ‘유병률이 매우 낮고 공중보건 개입이 필요한 질환’으로 폭넓게 정의하지만, 우리는 유병 인구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 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규정한다. 올해 기준 1389개의 질환이 희귀질환으로 국가 관리 대상 목록에 포함됐다. 매년 5만~6만명대의 환자가 추가로 희귀질환 진단을 받고 2000명 안팎의 환자들이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치료 약 자체가 없는 질환도 있지만, 상당수는 혁신 신약이 있어도 너무 비싼 가격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죽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