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보다 더 크고, 빨리 건조’ 부각… SLBM 발사대도 장착

北 공개한 8700t급 핵잠 능력은

SLBM 사거리·중량 진전 가능성
진동 견디는 기술·음파탐지기 등
핵잠 실질위력 갖췄을지는 미지수

韓, 5000t급 이상 10년 내 건조 목표
핵무장 北과 달리 재래식무기 탑재
北 ‘최대 난제’ 소형원자로 장착한 듯
수년 내 진수 이뤄질 가능성 높아

북한이 예전부터 건조를 진행해왔던 핵추진잠수함을 25일 전격 공개한 것은 한국의 핵잠 보유 계획에 대응하면서 내년 2월로 예상되는 9차 당대회를 앞둔 ‘실적쌓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2000∼2500t)보다 4배 큰 핵잠을 한국보다 먼저 만들었다는 점을 부각해 핵 억제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SLBM 등 기술적 진보 가능성

북한 핵잠의 가장 큰 특징은 함교탑과 동일한 높이의 SLBM 수직발사대 10개(추정)를 함교탑에 연결하는 형태로 구성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방식은 SLBM이 길어서 발사대를 높여야 하는 경우에 사용한다. 핵잠에 탑재될 SLBM이 기존보다 사거리 또는 탑재중량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새로 개발했으나 시험발사를 하지 않은 중·대형 SLBM 발사를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핵잠 선체를 조립하는 데 필요한 고강도 강철 제조 및 압력 선체 제작·용접 기술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핵잠 건조 현장을 공개했을 때 선체 하부 일부만 드러냈으나 9개월여 만인 이번에는 선체 전체를 공개한 것이 이런 분석의 근거다. 핵잠 선체 측면에는 수십m 길이로 추정되는 선측배열음파탐지기가 장착됐다.



북한의 핵잠이 실질적인 위력을 갖췄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잠수함용 원자로는 선체에 최적화된 형태와 성능을 갖춰야 한다. 수중에서 3차원으로 기동하는 잠수함에서 발생하는 충격과 소음을 견디는 기술도 있어야 하며, 충분한 수준의 지상시험 등을 통한 검증도 필수다. 원자로에서 생산되는 동력이 SLBM 등의 무장 운용과 음파탐지기, 전투체계 등 주요 장비에 원활하게 공급될 것인가도 확인해야 한다. 핵잠 내 주요 장비의 체계통합도 관건이다. 2023년 북한이 진수한 김군옥영웅함의 경우 2년 가까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김군옥영웅함보다 훨씬 크고 기술적으로 복잡한 핵잠의 실제 진수와 전력화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잠 공개가 핵 억제력 강화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은 분명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한·미 핵잠 합의를 해상주권 침해의 공격적 성격으로 규정해 핵잠 개발 명분을 확보했다”며 “비핵화 협상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함을 암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핵잠 건조 현장 공개와 더불어 잠수함에서 사용할 신무기도 선보였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공개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수중비밀병기 연구사업’을 둘러보는 모습이 포함됐다. 공개된 사진에 찍힌 것은 잠수함에서 사용하는 신형 중어뢰와 해저기뢰로 추정된다. 펌프제트로 추정되는 추진체계를 적용한 신형 중어뢰는 소음의 외부 확산을 막아 정숙성을 향상한 것으로 보인다. 해저기뢰는 작은 비용으로 대형함을 무력화하는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이다.

 

◆핵심 난제 풀었나… 수년 내 핵잠 확보 여지도

공개된 사진을 보면 북한은 핵심기술로 여겨지는 동력기관 소형 원자로를 핵잠에 장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수년 내에 진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대로라면 북한이 남한보다 훨씬 큰 핵잠을 훨씬 이른 시기에 전력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배수량 5000t급 이상 핵잠을 2030년대 중반 이후 4척 이상 건조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문가는 2028년 이내에 진수식을 하는 장면이 공개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가동하고 있어 핵연료 확보에도 문제가 없다. 8700t급이라면 농축도 90% 이상의 우라늄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핵잠 자체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연료를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은 20% 이하 저농축 핵연료를 사용할 예정으로, 10년마다 교체해야 한다.

결정적인 차이는 무장이다. 한국은 재래식 무기를 장착하는 핵추진잠수함(SSN)이지만, 북한은 핵탄두가 장착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이 탑재된 전략핵잠수함(SSB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