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을 팝니다/고요한/나무옆의자/1만6800원
2022년 세계문학상을 받은 고요한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남편을 팔고 싶은 아내와 그 남편을 사고 싶은 여자들 간의 눈치 게임과 경쟁을 코믹하게 풀어낸다. 팔려는 이유는 하나지만 사려는 이유와 사연은 제각각이다. 그 사연이라는 것이 평범함에서부터 기괴함까지, 롤러코스터를 타고 달리듯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코믹함도 단지 가벼운 웃음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문학상 수상작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이 죽음의 의미와 아름다운 애도, 청춘의 방황과 성장을 담담하게 그렸다면 이번 신작은 그 결을 완전히 달리한다. 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파격과 반전을 보여주는 코믹잔혹극이다. 그 속에서 작가는 저마다의 인간이 가진 내밀한 욕망과 복잡 미묘한 부부의 세계 혹은 사랑의 여러 모양을 거침없이 녹여낸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누군가에게는 식으면 갈아타는 것이 사랑이고, 누군가는 사랑하다 체념하고, 또 누군가는 그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 새로운 사랑을 찾고, 또 다른 누군가는 희생하고 헌신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함부로 드러낼 수 없지만, 결코 포기할 수도 없는 저마다의 욕망은 그런 사랑에서 기인한 것이다. 작가의 능청스러운 필설과 서늘한 여운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당신은 지금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가. 이 소설에서 작가가 던지는 여러 물음 중 하나다.
고요한 작가는 “세계문학상 시상식 날 새로운 장편을 쓰고 있다고 했는데 이번 소설이 바로 그 소설이다. 당시 수상소감에서 한 약속을 이제야 지킬 수 있어 뿌듯하다. 시상식 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이다.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이 러시아와 스페인과 계약을 했다. 새해에는 두 나라에서 번역된 소설이 나오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