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MLB) 애슬레틱스는 빅리그를 대표하는 스몰마켓 구단이다. 월드시리즈에서 무려 아홉 번이나 우승한 명문팀이긴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엔 스몰마켓 구단이 되어버렸다. 오랜 기간 연고지로 사용했던 오클랜드는 샌프란시스코의 광역권에 있는 도시기 때문에 그 주변 인구들은 애슬레틱스보다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팬들이 많다. 이 때문에 관중 수가 적을 수밖에 없고, 자연히 구단은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는 악순환 구조였다. 그럼에도 빌리 빈 단장의 ‘머니볼’을 앞세워 좋은 성적을 내던 시절도 있었다.
MLB 대표 ‘짠돌이’ 구단인 애슬레틱스가 웬일로 지갑을 활짝 열었다. 그것도 2025시즌에 풀타임을 처음 보낸 신인급 선수에게 장기 계약을 선물한 것이다. 그 주인공은 우투좌타 외야수 타일러 소더스트럼(24)이다.
애슬레틱스는 26일(이하 한국시간) 좌익수 타일러 소더스트럼(24)과 7년 8600만달러(약 1247억원)의 연장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애슬레틱스 구단 역사상 최고액 계약이다. 소더스트럼의 연봉은 8년 차 때 구단이 행사할 수 있는 옵션을 포함하면 최대 1억3100만달러까지 늘어난다.
2020년 신인 드래트에서 1라운드 전체 26번으로 애슬레틱스의 지명을 받은 소더스트럼은 2023년 빅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첫해만 해도 1루수와 포수를 번갈아 맡았던 소더스트럼은 지난해까진 그리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25시즌에 좌익수로 포지션 전향을 한 소더스트럼은 마침내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15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6(561타수 155안타) 25홈런 93타점 OPS 0.820을 기록하며 단숨에 애슬레틱스의 간판 타자로 거듭났다.
소더스트럼의 활약에 고무된 애슬레틱스는 구단의 운영 기조를 버리고 풀타임 1년차에게 7년 장기계약을 선물했다. 오랜 기간 팀의 중심이 되어줄 핵심 멤버로 소더스트럼을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오클랜드를 연고지로 사용했던 애슬레틱스는 올 시즌은 새크라멘토로 연고지를 옮겨 치렀다. 2027년까진 새크라멘트를 임시 연고지로 사용한 뒤 2028시즌에는 캘리포니아주를 떠나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새 둥지를 틀며 새로운 시대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