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출시된 나이키의 축구화 시리즈 ‘토탈 90’(Total 90)은 독특한 디자인과 뛰어난 공 제어력으로 세계 축구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축구화는 축구 경기 시간(90분)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루이스 피구(포르투갈·53), 웨인 루니(잉글랜드·40), 티에리 앙리(프랑스·48), 호나우지뉴(브라질·45) 등 전설적인 선수들이 광고 모델로 출연하거나 직접 착용해 유명해졌다.
나이키는 내년 6월 개막하는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토탈 90’ 상품들을 재출시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새로운 축구화, 유니폼을 출시하고 호주 멜버른, 이탈리아 밀라노 등에서 관련 행사를 앞다퉈서 있다. 그러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이 같은 마케팅 계획이 돌연 유소년축구 코치로 인해 제동이 걸릴 처지에 놓였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이키로서는 ‘토탈 90’ 상표권이 2019년 만료된 것이 제동의 빌미가 됐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출신의 휴 바틀렛(35)은 지난해 나이키 법무팀에 이메일을 보내 자신이 '토탈 90' 상표권을 등록했다고 알렸다. 바틀렛은 그러면서 ‘토탈 90’ 의류와 신발을 개발했다며 양측이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나이키는 지난 10월 바틀렛에게 약 8만 달러(1억1600만원)에 상표권을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바틀렛과 변호사는 250만 달러(36억1700만원)를 요구했고, 나이키가 이에 응하지 않자 나이키를 상표권 침해로 고소했다. 나이키는 일단 1차전에서 승리했다. 루이지애나 동부 지방법원이 나이키의 ’토탈 90’ 제품 판매를 임시 중단해달라는 바틀렛의 가처분 신청을 이번 달에 기각한 것이다. 판사는 바틀렛의 회사가 나이키와 경쟁 관계에 있거나 소비자들이 양사의 제품을 혼동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증거를 바틀렛이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본 소송에서는 나이키가 등록 갱신을 하지 않음으로써 ’토탈 90’의 상표권을 포기했는지를 바틀렛이 입증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린 시절부터 축구 팬이었던 바틀렛은 대학 시절 학생 리그에서 뛰었으나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현재는 만8∼10세 어린이 축구팀 10개를 총괄하는 코치로 일하고 있다. 선수 시절 ‘토탈 90’ 축구화를 신었던 그는 자신이 개발하려던 축구 관련 애플리케이션(앱) 이름을 물색하던 중 ‘토탈 90’의 상표권이 만료된 사실을 알아차리고 2022년 상표 등록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