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6일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법왜곡죄, 재판 소원, 대법관 증원 등 사법 개혁안을 흔들림 없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모두 위헌 소지 등을 이유로 사법부가 강하게 반대하는 사안이다. 정 대표는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해병)의 뒤를 이을 2차 종합 특검에 대해서도 “가장 빠른 시일 안에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이른바 ‘내란 몰이’를 계속하며 국민의힘 등 보수 야권을 궤멸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스럽다.
법왜곡죄란 판검사가 부당한 목적으로 법을 왜곡해 적용했을 때 1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처벌 대상 행위가 워낙 모호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진보 성향 판사들이 주축을 이룬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앞서 “위헌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죽하면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적극 지지한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조차 법왜곡죄를 가리켜 “문명국의 수치”라고 일갈했겠는가.
재판 소원은 대법원 최종 판결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3심제가 기본 원칙인 현행 사법 제도를 사실상 ‘4심제’로 바꾸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법원을 ‘최고 법원’으로 명시한 헌법 규정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현재 대법원장 포함 14명인 대법원 정원을 26명까지 늘리는 방안도 문제가 많긴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사건 수에 비해 대법관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나, 인구가 한국의 2배 이상인 일본도 최고재판소 판사(우리 대법관 해당)는 15명뿐이란 점을 직시하기 바란다.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12·3 비상계엄 사태에 동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법 개혁의 명분으로 삼았다. 하지만 특검팀 수사 결과 조 대법원장은 12·3 당일 계엄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법원행정처 실무자에게 “계엄사령부에 연락관을 파견하지 말라”고 지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민주당과 정 대표는 유감이나 사과 한마디 없다. 되레 사법부를 “내란 세력 방패막이”, “내란 청산 훼방꾼” 등으로 부르며 근거 없는 비난만 일삼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2차 특검으로 내란 사태 전말과 윤석열 정권의 모든 국정농단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12·3 사태 전모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비리 의혹을 캐고자 3대 특검이 출범해 지난 6개월간 수사했다. 정 대표 말대로라면 3대 특검은 그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다는 것인가. 세간에는 2차 특검이 ‘6월 지방선거 승리를 노리는 민주당의 최종 병기’란 인식이 파다하다. 정 대표와 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계속되면 중도층의 이탈과 민심의 역풍은 시간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