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이 데려간대요”… 거짓 사정 내세워 14억 빌려 탕진한 60대女

법원, 징역 7년 선고

퇴직 동료 교사에게서 10억원이 넘는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60대 여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김상곤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A(60)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전주지방법원 전경.

A씨는 지난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년10개월여 동안 과거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며 친분을 쌓은 퇴직 교사 B씨로부터 278회에 걸쳐 모두 14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해당 학교에서 교육공무직으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A씨는 무분별한 사채를 쓰다가 빚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자, 딸의 원룸 보증금과 부모로부터 증여받을 부동산 처분 등을 언급하며 “급히 돈이 필요하고 곧 갚을 수 있다”고 속여 B씨로부터 한 번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의 돈을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그는 “조폭이 와서 저를 데려간대요”, “오늘 죽임을 당할 수도 있어요”라며 사채를 갚지 못하면 자기 신변에 위험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로 B씨를 속였다.

 

그럼에도 B씨는 40년 넘게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해 노후 자금을 마련해 뒀기 때문에 한때 같은 학교에서 일했던 A씨의 사정을 딱하게 여겨 매번 도움의 손길을 거절하지 못했다.

 

하지만 A씨는 이미 수억원을 빌리고도 집요하게 돈을 요구했고, B씨는 그때마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와 장기 카드론, 마이너스 통장까지 써가며 돈을 보태줬다. 심지어 제자에게 어렵게 빌린 돈까지 건네주면서까지 A씨의 새출발을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A씨는 이미 상당한 채무를 안고 있었고, 돈을 빌린 이후에도 이를 변제할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 마이너스 통장 개설 등을 제안하며 B씨가 추가 대출을 받도록 유도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B씨는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채 대출까지 받아 수차례 돈을 건넸지만, A씨의 요구는 계속됐다.

 

A씨는 편취한 돈을 남편과 사위 등 가족에게 이체하거나 생활비와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했고, 일부는 강원도 카지노에서 탕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매달 수차례 카지노를 방문했으며, 경찰 조사를 받은 당일에도 카지노에 들러 도박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현재까지 전체 피해금 14억원 중 5200만원만 B씨에게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장기간의 사기 행각으로 법정에 선 A씨는 16번이나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하며 선처를 구했다. 반면 B씨와 그의 가족은 이보다 더 많은 탄원서를 내며 A씨에 대한 엄벌을 호소했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A씨의 반성문 제출 사실을 언급하며 “진정으로 사과해야 할 대상은 이 사건의 피해자”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판결에서 “피고인이 사채업자들의 고금리 압박으로 피해금을 사채 변제에 사용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범행을 정당화할 사유가 될 수 없다”며 “피해자는 40년 넘게 교사로 재직하며 노후를 위해 마련한 자금을 모두 잃었고, 매달 600만원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편취 금액의 규모와 범행 수법, 범행 전후의 태도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경제적 피해는 극심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1심 선고 이후 “형이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법원에 항소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