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대전·충남 통합…갈등만 남긴 전주·완주 통합

충정권 행정통합 논의는 ‘출범 시계’가 돌기 시작했지만, 전북권의 전주·완주 통합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대전·충남이 2026년 7월1일 출범을 목표로 논의에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전북은 공식 절차가 진전을 보이지 못한 채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두 지역의 통합 논의 온도차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국회의원 오찬 간담회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도 힘 실은 대전·충남 통합 논의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는 지난해 11월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 양 시·도의회 의장이 공동 선언문을 채택·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성일종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45명이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구체적 시점까지 거론하며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전·충남 지역 국회의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대전·충남 통합 논의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자”며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통합된 자치단체의 새로운 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행정 조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튿날 민주당은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충청특위)를 구성했다. 민주당은 내년 3월까지 통합 관련 법안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도 자치혁신실 산하에 대전·충남 행정통합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통합을 지원하기로 했다. 김태흠 지사와 이장우 시장도 지난 24일 만나 양 지역 통합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다만 특별법 제정 외에도 사무 권한 이양과 재정 구조, 행정체계 개편 방안 등을 둘러싼 쟁점이 남아 있다. 대전·충남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최근 급물살을 타는 통합 논의에 대해 비판 성명을 내놨다.

 

대전·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현재 발의된 특별법안에 환경규제 완화, 개발 인허가 절차 예외 적용 등 수많은 특례조항이 있지만 제대로 된 설명과 사회적 검토는 이뤄지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충청권 주민 등 회원 6만4500명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 ‘대전세종부동산풍향계’는 28일까지 자체적으로 대전·충남 통합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마감을 이틀 앞둔 26일 오전 9시 기준 2170명이 투표에 참여, 반대가 85.4%(1853표)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찬성은 11.8%(257표), 기권은 2.8%(60표)였다.

 

◆제자리 걸음인 전주·완주 통합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달리 전북의 전주·완주 행정통합은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논의는 일찍 시작됐지만 주민투표까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통합 논의는 지난해 6월 완주군 지역 민간 단체가 통합 찬성 주민 서명부를 군에 제출하며 불이 붙었다. 이후 전북특별자도가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에 건의서를 내면서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지방시대위가 타당성을 인정하면서, 완주군민 대상 주민투표가 지난 8~9월 실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논의가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우범기 전주시장과 김관영 전북지사는 간담회·토론회·캠페인 등을 통해 통합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전주시도 통합 찬성단체가 건의한 총 105개 상생발전 사업을 수용했다.

 

반면 완주군의회와 일부 주민들은 “충분한 주민 의견 수렴 없이 통합 논의가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역 내 갈등도 누적됐다. 우 시장은 지난 7월 완주군을 찾았다가 통합에 반대하는 주민에게 물세례를 받는 봉변을 당했다. 통합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완주군 삼봉지구로 이사를 한 김 지사도 전입신고 과정에서 반대 주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주민투표 성사 여부도 불투명하다. 두 차례 전북을 방문했던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며, 주민투표 시기와 구체적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 중”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통합 논의가 내년 지방선거와 맞물려 있는 만큼 전주·완주 통합이 단기간에 재점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전주시와 완주군 사이 공식 협의체 구성이나 통합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행정 검토 일정도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완주 통합은 1997년, 2007년, 2013년 세 차례 시도됐으나 모두 완주군민 반대로 무산됐다. 2013년 주민투표에서는 전주시민은 압도적으로 찬성했지만, 완주군민은 55.4%가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