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들이 비둘기 등 유해야생동물에 대한 먹이 주기를 금지한 법률과 지자체 조례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단체들은 “동물을 굶겨 죽이는 학대”라고 주장하지만, 일부 생태학자들은 “자연스러운 개체수 조절 방법”이라고 맞섰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동물권단체 케어, 한국동물보호연합, 승리와 평화의 비둘기를 위한 시민 모임은 22일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과 이를 근거로 한 지자체 조례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는 개체수 조절이 아니라 굶겨 죽이는 동물 아사 정책”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과잉금지 원칙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먹이 공급을 차단해도 개체수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은 해외 사례를 통해 입증됐다”며 “오히려 먹이를 잃은 비둘기들이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며 도시 위생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안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017년부터 비둘기 모이에 불임제를 섞어 55%의 개체수 감소 효과를 본 사례를 들며 불임먹이 정책 도입을 촉구했다.
일부 생태학자들은 불임먹이 정책에 회의적이다. 한 산림과학부 교수는 불임모이는 효과나 위험성이 정확하게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먹이 주기 제한은 비둘기를 죽이는 극단적 방법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먹이를 먹지 못하는 개체가 도태되고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비둘기가 유인되지 않도록 하는 자연적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도 화학불임제는 생태계 교란 및 먹이사슬에서의 부작용 우려가 있고 개체수 조절 효과가 불명확하다는 입장이다.
국회는 2023년 12월 야생생물법 개정안을 가결했고, 해당 법은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됐다. 개정안은 각 지자체장이 조례를 통해 유해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유해야생동물에는 서식 밀도가 높아 분변이나 털 날림 등으로 문화재 훼손, 건물 부식, 생활 피해를 유발하는 집비둘기 등이 포함됐다.
서울시를 비롯해 강원 속초시, 경기 부천·파주·동두천·광명시, 세종시 등이 관련 조례를 제정·시행 중이다. 서울 관악구는 지난 8일 공원과 도로, 하천 등 관내 96곳을 유해야생동물 먹이 주기 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조례 적용 지역에서 비둘기 등에게 먹이를 주다 적발되면 1회 20만원, 2회 50만원, 3회 이상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