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원가에서 배포된 마약 음료… 캄보디아까지 연결된 고리

강남 학원가에 배포된 '마약 음료'의 정체와 유통 경로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이 공개됐다. 유튜브 채널 'E채널' 영상 캡처

‘용감한 형사들4’에서 강남 학원가에 배포된 ‘마약 음료’의 정체와 유통 경로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이 공개됐다.

 

지난 26일 방송된 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4’에서는 인천경찰청 112상황팀장 천형길 총경과 과학수사대(KCSI) 윤외출 전 경무관, 김진수 경감이 출연해 직접 해결한 수사 일지를 공개했다. 이날 방송에는 배우 이준과 서범준이 게스트로 함께했다.

 

방송에서 소개된 첫 번째 사건은 고등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의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아들이 길에서 나눠주는 음료를 마셨는데, 그 안에 마약이 들어있었다며 협박을 받았다”는 신고로 시작됐다. 

 

통화를 마친 뒤 어머니에게는 “아들이 필로폰이 든 음료를 마셨다. 자식 인생을 망치기 싫으면 다시 전화를 받으라”는 협박 메시지까지 전달됐다.

시음 행사로 위조한 마약 음료 유통. 유튜브 채널 'E채널' 영상 캡처

아들은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최근 개발된 유명 제약회사의 제품 시음 행사라며 음료를 건네는 이들과 마주쳤고, 두뇌에 좋고 기억력, 집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에 음료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음료 선호도 설문을 가장해 인적사항과 부모님 연락처까지 기재하게 했다. 신고 1시간 뒤, 또 다른 경찰서에도 고등학생 아들이 길에서 받아 온 음료를 부모와 함께 마신 뒤 이상 증세를 보여 응급실을 찾았고, 혈액 검사 결과 필로폰 성분이 검출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피해자들을 속인 그럴듯한 외관. 유튜브 채널 'E채널' 영상 캡처

학생들의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공개수사가 결정됐고, 같은 수법의 피해가 잇따랐다. 음료를 받은 18명 중 절반이 마약 성분을 섭취했고, 피해자들은 청소년들로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CCTV 동선 확인 끝에 체포된 아르바이트생들은 모두 음료에 마약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아르바이트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아르바이트생은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으로, 온라인 채팅으로 알게 된 대표의 지시에 따라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 역할까지 수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 제약회사의 제품 박스와 유사하게 제작된 범죄 소품. 유튜브 채널 'E채널' 영상 캡처

퀵서비스를 통해 전달된 음료에는 실제 제약회사 홈페이지 링크가 기재돼 있었고, 인형, 키링, 책가방 등 사은품까지 포함된 상태로 총 100병이 제작됐다. 퀵 기사의 진술을 토대로 추적한 결과, 음료를 보낸 남성 최 씨의 자택에서 남은 음료 공병과 제품 박스가 압수됐다.  

 

최 씨는 필로폰을 입수한 뒤 중국산 우유를 섞어 공병에 나눠 담았으며, 음료에는 필로폰 1회 투약량의 3배 이상이 들어있어 매우 위험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중국에 있는 동창의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진행했다고 주장했으나, 수사 결과 여러 차례 범죄를 함께 한 명백한 공범 관계였다. 동창은 사건 발생 8개월 뒤, 한국으로 강제 소환됐다.

마약 음료 제조 및 유포를 지시한 범인이 캄보디아에서 체포됐다. 유튜브 채널 'E채널' 영상 캡처

녹화 기준 5일 전에는 캄보디아에서 지난 8월 발생한 한국 대학생 납치 살해 사건 주범이 검거됐으며, 이들이 강남 마약 음료 사건의 총책으로 추정돼 충격을 더했다. 

 

현재 국정원과 경찰은 캄보디아 정부와 공조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마약 음료 제조 및 유통을 지시한 범인은 징역 23년, 최 씨는 징역 18년을 선고받았으며, 중국인 마약 공급원은 캄보디아에서 체포돼 1심에서 징역 26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