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증권사의 해외투자 마케팅에 대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면서 기존에 진행 중이던 미국 주식 관련 이벤트마저 갑작스럽게 중단하는 증권사들이 늘고 있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말까지 진행하기로 했던 ‘다이렉트 첫 고객 Welcome 이벤트’와 ‘다이렉트 신규 계좌 우대 수수료 이벤트’를 지난 19일 갑작스럽게 중단했다. 두 이벤트 모두 해외주식을 처음 이용하는 고객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올해 7월 초부터 시작됐다.
삼성증권도 지난 18일 ‘해외주식 투자지원금 이벤트’와 ‘해외주식 수수료 이벤트’를 종료한다고 고객들에게 알렸다. 갑작스런 종료에 대한 별도의 설명도 없었다.
메리츠증권은 비대면 전용 계좌 ‘슈퍼365’를 이용하는 미국 주식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적용하던 ‘제로(0%) 수수료’ 정책을 이달까지만 운영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다만 국내주식 거래에는 제로 수수료가 유지된다. 키움증권은 지난 24일 미국 주식 텔레그램 채널인 ‘키움증권 미국주식 톡톡’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해당 채널의 구독자는 약 3만7000명으로, 증권사 텔레그램 채널 중 가장 많았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일제히 해외 주식 관련 이벤트 및 프로그램 종료를 결정한 배경으로는 금융당국의 노골적인 압박이 거론된다. 정부는 고환율 장기화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서학개미’(국내 미국 증시 투자자)의 해외투자 급증을 지목한 뒤 이달 3일부터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시작했다. 지난 19일에는 증권사 간 해외 투자 고객 유치와 점유율 확대를 위한 과도한 이벤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내년 3월까지 해외 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와 광고를 중단하도록 권고했다. 금감원은 전날에도 주요 증권사 대표를 불러 이 같은 우려를 전달했다.
서학개미들은 억울하다는 분위기다. 해외 주식 투자자 김모(37)씨는 “해외투자액이 얼마나 된다고 고환율 탓을 우리에게 돌리냐”며 “국내 증시가 좋았다면 굳이 해외증시로 갔겠나. 투자자, 증권사 위협하지 말고 먼저 코스피, 코스닥에 투자하고 싶게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