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선생 도입·관련 교육 개혁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 시급 연구실패 허용으로 도전 강화 경쟁력 확보 위한 결단 나서야
약 2주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학회에 다녀왔다. 참가자들은 학회에서 발표된 논문 관련 이슈와 함께 테슬라의 감독형 완전 자율주행차와 구글 자회사인 웨이모(Waymo)의 자율주행 무인 택시의 놀라운 발전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자율주행 기술은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기술의 대표적인 응용이다. 일방통행 도로에서 큰 트럭이 길을 가로막고 짐을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웨이모 택시는 잠시 정지해서 상황을 살피더니 트럭 앞 좁은 도로를 유연하게 빠져나갔다. 참 인상적이었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AI가 세상의 판을 흔들며 우리의 일상과 업무 수행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지금은 AI가 세상을 재편하는 대전환기다. 새해를 맞아 AI 시대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더욱 과감하고 신속한 결단이 필요하다. 그 방향을 몇 가지 살펴본다.
먼저 초중고 학생들의 AI 활용 능력과 윤리의식을 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학생 개인 수준 맞춤형 수업을 제공하고 교사의 행정업무를 줄이기 위해 ‘AI 튜터’(AI 선생)를 신속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도 AI 교육을 강조했다. AI 선생은 정답보다 질문과 힌트를 줘서 사고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학생들은 AI 선생을 통해 빠르고 편리하게 학습할 수 있어, 여유 시간에 교사와 소통해서 인성을 기르고, 단체 활동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키울 수 있다. AI 선생은 빈부와 지역에 따른 교육 격차를 줄이고, 개인별 소질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찾아준다. 학생은 각자의 소질에 맞는 진로를 선택해서 경쟁력도 높이고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문제가 있으면 고치면 된다.
AI 시대에 대학·대학원생들은 기초가 탄탄한 도메인 전문가로 양성되어 자신의 영역에서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강의 과목 수를 줄이되 깊이를 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며, 기초과목 교육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깊이 있는 다양한 텀(term) 프로젝트와 실험·실습을 강화하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기초과목 교육의 일례로 이론 3학점에 텀 프로젝트 1학점을 더해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신산업 분야에서 규제는 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허용된 것만 가능한 포지티브 규제방식이 다수다. 미국과 중국이 대체로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혁신과 성장을 촉진하는 것과 대비된다. 필자는 장관 재직 시절 규제 샌드박스 회의에서 규제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다수 봤다. 규제 해법은 이미 상당 부분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 그러나 수많은 작은 이해관계가 결정을 가로막고 있고, 그 사이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다.
특정 분야부터 시범적으로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AI 대전환 시대, 과감한 네거티브 규제 전환은 신산업의 역동성을 높이고 국가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당장 AI 기본법 시행령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한편, 규제에 특화된 AI의 개발과 활용은 거미줄처럼 복잡한 규제 체계의 이해와 혁신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연구와 창업 현장에는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가 여전해 불이익이나 사회적 낙인이 따른다. 이제 건전한 실패를 자산으로 인정하고, 재도전의 기회를 넓혀야 한다. AI 대전환 시대에 연구과제는 도전적으로, 더 도전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작년 제15차 한·중 과학기술공동위원에서 필자는 중국 장관과 많은 대화를 했다. 중국의 연구과제 추진방식은 도전, 선택과 집중, 그리고 장기 지원으로 요약된다. 목표 달성 여부보다 도전 연구의 내용이 우수하면 지원을 이어간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목표 달성 중심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 더 큰 성공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예컨대 기존 제안요청서(RFP) 방식에 제안자의 근거 기반 도전성을 더한 소위 하이브리드 과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할 필요도 있다. 우리의 역량과 여건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가능한 변화다.
AI 대전환 시대를 맞아 희망찬 새해를 열기 위해서는 AI 선생 도입과 교육 혁신,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 연구의 도전성 강화 등에서 과감한 실행이 필요하다. AI의 물결에 맞서려고 하지 말고 그 물결을 이용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욱 지혜로운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