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리해고도 파업 가능” 혼란 더 키운 노란봉투법 지침

정부가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에 대한 해석 지침(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해석 지침은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구조적으로 통제’할 경우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해외 공장 이전 등 경영상 결정이라도 ‘인력 조정’이 수반되면 파업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지침은 앞으로 노동위원회 등에서 벌어질 노사 교섭, 분쟁에서 기준점 역할을 하게 된다. 지침이 포괄적이고 불분명해 노사 관계를 법정으로 내몰 것이란 우려가 크다.

고용노동부는 지침에서 “합병, 분할, 매각, 양도 등 결정에 따라 정리해고, 배치전환 등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고용 보장 요구 등에 관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진 경영상 필요에 따른 정리해고는 파업 대상이 될 수 없었는데, 파업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을 바꾼 것이다. 결국 경영상 결정이 사전에 교섭·쟁의의 잠재적 대상으로 확장될 여지가 커졌다. 당장 정부 주도로 진행 중인 석유화학·철강 분야 사업 재편 작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국가경쟁력 약화는 안중에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용자 범위와 관련, 구조적 통제가 핵심 기준으로 제시된 것도 문제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시간, 복지, 작업 일정 등 노동조건을 사실상 결정하는지가 사용자 여부를 가릴 잣대라는 것이다. 그러나 도급·하청 구조에선 일정 부분 통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데다 계약 미준수에 따른 도급 계약 등의 해지도 구조적 통제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대기업은 다수의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해, 1년 내내 교섭을 벌여야 할 것이다. 이러고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가능하겠나. 하청 근로자의 안전을 챙길수록 사용자가 될 리스크는 커진다는 것도 모순이다. 기업들의 우려를 기우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노사 모두 법 취지가 왜곡되거나 포괄적인 상황이 개선되지 못했다고 불만이다. 비현실적인 법을 억지 지침으로 보완하려는 시도는 산업 현장의 혼란만 키우고 노사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결국 기업들은 막대한 교섭 비용과 법적 대응 부담을 이기지 못해 하청 구조를 포기하거나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근본적으로 위헌 소지 등 ‘태생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법안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