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결단 내려야”… 사퇴론 커지는 與

특혜·갑질 의혹 파장 확산

“職 수행 못할 정도로 분위기 악화”
金 배우자 업추비 등 고소·고발도
“당, 도덕성 문제 회피 안 돼” 지적
사퇴 선그은 金, 30일 입장 밝힐 듯

“상황이 안 좋다는 건 다들 공감하고 있다. 다음 주에 사퇴하지 않겠나.”(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의 특혜·갑질 의혹이 쏟아지며 28일 당내에서 김 원내대표의 사퇴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30일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다만 사퇴가 아닌 사과와 함께 향후 활동에 대한 입장을 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김 원내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호남권 의원은 “보좌진 6명이 한꺼번에 반발하는 건 사실상 의원실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라며 “지지자들은 김 원내대표를 지키라고 문자를 보내는데, 국민 정서가 이해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선 의원은 “의혹이 한둘이 아니고 매일 나왔다. 내용도 특혜·갑질이라서 안 좋다”며 “원내대표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악화했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의 도덕성을 문제 삼는 의혹이 최근 매일같이 보도된 데다 고소·고발도 잇따르면서 민주당 의원들도 김 원내대표가 버티기 쉽지 않다고 보게 됐다는 설명이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김 원내대표 배우자와 동작구의회 부의장 등에 대한 업무상 횡령,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김 원내대표는 뇌물수수와 통신비밀보호법·정보통신망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도 고소된 바 있다.

 

당이 도덕성 문제를 계속해서 회피하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사퇴설에 힘을 싣고 있다. 지도부가 최민희 의원의 자녀 결혼식 문제, 장경태 의원의 성비위 논란에 침묵한 데 이어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의 인사 청탁 논란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문 수석부대표에 대해선 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기득권으로 비칠 수 있으니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김 원내대표의 경우 사안이 더욱 엄중하다는 시각이다.

 

고개 숙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한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김 원내대표의 해명이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도권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대처를 잘못했다”며 “처음부터 사과하고 지나갔으면 됐을 텐데, 싸우듯 해버리니 더욱 진흙탕 싸움이 됐다”고 꼬집었다. 한 중진 의원은 “김 원내대표는 예산과 주요 법안을 처리했으니 퇴로가 있다”며 “보좌진과의 관계는 잘 대응하겠다며 명예롭게 물러나는 것도 길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갑작스러운 원내대표 교체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2차 종합특검과 통일교·신천지 특검 등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재선 의원은 “원내대표는 원내를 이끌어가는 자리라서 정무적 고민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아직 사퇴를 언급할 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