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연합회 “‘북향민’ 용어변경은 모욕적…공론화 절차 요구”

전국탈북민연합회가 정부의 ‘북향민’(北鄕民) 용어 변경 추진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연합회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탈북민’을 북향민으로 바꾸자고 제안한 데 대해 “당사자의 존엄과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데 대해 깊은 분노와 유감을 표한다”고 29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 민주당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언론에 배포한 '통일부 정동영 장관의 허위주장 규탄 성명서'를 통해 연합회는 “탈북민을 모욕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즉각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당사자들이 탈북민이란 표현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사실관계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탈북민 당사자들의 다양한 인식과 선택을 일방적으로 지워버린 명백한 왜곡이자 오만한 일반화”라고 했다.

 

이어 "특히 '북향민'이라는 표현은 언어적·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한다"며 "'북향(北向)'이라는 중의적 의미는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내려온 탈북민들을 오히려 '북을 향하는 사람'으로 오인·왜곡할 소지를 안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정 장관의 공개 사과 △'북향민' 명칭 도입 검토 전면 중단 △탈북민 용어 변경 관련 당사자 단체들과 공론화 절차 실시 등을 요구했다.

 

현행법(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에 관한 법률)상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온 사람을 일컫는 용어는 '북한이탈주민'이지만 통상적으로 탈북민이 널리 사용돼왔다.

 

정 장관은 기존의 '탈북민' 표현을 '북한에 고향을 둔 사람' 이라는 의미의 '북향민'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통일부는 호칭 변경을 공식 확정하지 않았지만 간부회의 등 내부적으로 북향민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내년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탈북자를 북향민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탈북민들 전원이 기존 명칭, 탈북자라는 명칭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갖고 탈출한 이들로서는 북향민이라는 명칭에 우호적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탈주민들에 따르면 탈북민 용어나 ‘탈북민의 날’ 제정 등에 대한 기존의 반감 역시 이들을 한국 국민과 구분짓기하는 효과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라는 데에 방점이 찍힌다. 북향민이라는 용어 변경으로 해결되는 성격이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