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족·친구 이름까지 팔아… 마약류 의약품 불법 처방

식약처 1년여간 732건 적발

50대, 수년 동안 225회 처방받아
유명 연예인·의사들 일탈 논란
약 대신 받아주다 전과자 전락도

정부 개인 확인 절차 도입 불구
대리수령·온라인 편법 거래 여전

경찰이 방송인 박나래에게 마약류 의약품을 무단 처방했다는 혐의로 비의료인 ‘주사이모’ 이모씨와 박나래 등을 조사 중인 가운데 마약류 의약품 부정 처방 적발이 지난 1년여 동안 700건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의약품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관리 부실이 부정거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9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타인의 명의를 빌리거나 도용해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은 건수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1월까지 732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적발된 인원은 84명이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5월20일 병·의원 진료 시 신분증 등으로 본인 확인을 하도록 의무화한 ‘건강보험 본인 확인 의무화 제도’를 실행한 이후부터의 수치다. 잘못된 방식으로 마약류 의약품을 유통하거나 투약해 경찰에 압수된 마약류 의약품량도 최근 5년간 대폭 늘었다. 경찰에 따르면 향정 사범 검거 과정에서 압수된 졸피뎀은 2020년 73.4g에서 지난해 1141.2g으로 증가했다.



박나래 이외에도 앞서 다른 유명인사들의 대리처방이나 의사들의 셀프 처방이 알려지면서 마약류 의약품 관리 부실 문제가 지적돼 왔다. 지난해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은 3년여에 걸쳐 지인에게 수면제인 졸피뎀과 알프라졸람 2465정을 처방받게 한 뒤 이를 건네받아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배우 유아인 역시 2021년부터 수년 동안 아버지와 누나 명의를 도용해 수면제를 처방받아 유죄 판결을 받았다.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수백 차례에 걸친 불법 처방을 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 7월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이중민 판사는 가족과 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받은 50대 여성 박모씨에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2021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이 같은 수법으로 졸피뎀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225회 처방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 확인 절차가 생기면서 명의도용이 전보다 까다로워졌지만, 가족과 지인을 통한 대리 수령이나 온라인 등을 통한 사적 거래는 오히려 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가 적발한 마약류 의약품 불법 판매·알선 게시물은 올해만 11월까지 4만6888건이었다. 2021년 6167건에서 660.8% 증가한 수치로, 2022년 8445건, 2023년 1만1239건, 지난해 4만9786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약품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관리 부실 문제”라고 지적한다. 마약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변호사는 “제한된 용량을 처방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가족이나 지인까지 부탁하는 일이 흔하다”며 “수면 장애로 힘들어하니 도움을 주겠다며 약을 대신 받아주다가 전과자가 된다”고 경고했다. 또 “본인 확인 절차가 강화되면서는 대리·도용보다 합의하에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받아 건네는 일이 늘어 중고거래 플랫폼이나 온라인에서 거래가 자주 된다”고 말했다.

개그우먼 박나래. 연합뉴스

한편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씨와 박나래 등의 의료법 위반, 향정 혐의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9일 박나래 관련 수사 현황에 대해 “총 7건의 관련 사건이 접수됐다”며 “6건은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1건은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각각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