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돌아오지 못한 이유를 알 때까지 우리의 걸음은 멈출 수 없습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추모식을 열고 희생자들을 기렸다. 유가족들은 사고를 기억하는 사회적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며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거듭 촉구했다.
이날 추모식은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무안공항 청사 2층에서 유가족협의회·국토교통부 공동 주관으로 진행됐다. 행사에 앞서 희생자를 기리고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체의 책임을 기억하는 의미로 참사 발생시각인 오전 9시3분부터 1분간 추모 사이렌이 울려 퍼졌고 유가족과 정치권·정부 관계자, 추모객 1200여명이 일제히 묵념을 올렸다.
‘집으로 오는 길’을 주제로 한 추모공연에서 태국 방콕에서 한국행 비행기가 출발한 당시를 배경으로 희생자들의 이름이 한 명씩 호명되자 추모식장은 순식간에 흐느낌과 “살려내! 살려주란 말이야” 등의 절규로 뒤섞였다. 유가족들은 추모식 이후 무안공항 내 콘크리트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 사고 현장을 둘러보는 순례 일정을 이어가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추모사에서 “지난 1년간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고 책임자 구속은 ‘0건’”이라며 “국가는 단 한 번도 온전히 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족의 가슴에는 낙인이 찍혔고 2차 가해와 유언비어에 상처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179명 모두를 다시 살려낼 수는 없지만, 그 하나만 빼고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일상의 돌봄과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 2차 가해로부터의 국가적 보호, 독립적 조사 보장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영상 추모사를 통해 “어떤 말로도 온전한 위로가 될 수 없음을 알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책무를 가진 대통령으로서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희생자를 기리는 최소한의 도리”라며 “책임져야 할 곳이 분명히 책임지는, 작은 위험이라도 방치하거나 지나치지 않는, 모두가 안전한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추모식 현장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고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국회는 국정조사를 통해 희생자 유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진상을 규명하고, 한을 풀어드리고, 조금이나마 위로를 드리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유가족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면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민의힘이 앞장서겠다”고 했다.
여야는 참사 1년여 만인 지난 22일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국정조사 기간은 내년 1월31일까지다. 특위는 항공기 조류 충돌 위험성에 대한 과소평가나 항공기 엔진 등 기체 결함,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둔덕 관련 설계·시공·관리 과정을 비롯해 사고 조사 과정에서 사고조사위의 축소·은폐 정황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내년 1월20일엔 현장조사 및 유가족 간담회가, 뒤이어 22일엔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제주항공 참사 피의자들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가능할지 등 다양한 시각으로 법률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을 통해 로컬라이저 둔덕이 설계 도면대로 정상 시공된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위험한 둔덕을 활주로 끝단에 설계·설치·승인·관리한 것 자체가 명백한 잘못이라는 게 수사팀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