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된 쿠팡 배달 차량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대통령실이 성탄절인 25일 오후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의 대책 마련을 위한 관계부처 장관급 회의를 연다. 이날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차량이 주차돼 있다. 2025.12.25 ksm7976@yna.co.kr/2025-12-25 16:19:09/ <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쿠팡이 어제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보상책으로 1인당 5만원의 구매 이용권을 내달 15일부터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일반·탈퇴 고객을 포함한 3370만명이 대상으로, 액수로 치면 무려 1조6850억원에 달한다.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는 “고객을 위한 책임감 있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쿠팡 생태계 안에서만 통용되는 ‘무늬만’ 보상안에 불과하다. 미국 상장 기업이라고 하지만 한국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보상 방식이 기가 막힌다. 5만원의 쿠폰은 로켓배송·로켓직구 등 쿠팡 전 상품(5000원), 쿠팡이츠(5000원), 쿠팡트래블 상품(2만원), 알럭스 상품(2만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력서비스인 쿠팡 상품과 쿠팡이츠 보상 금액은 1만원에 불과하다. 현금 교환도 불가능하다. 쿠팡 트래블은 2010년 시작한 여행 전문관이고, 알럭스는 지난해 10월 출시한 명품 전문관이다. 여행과 명품 전용관에 2만원 쿠폰을 쓰려면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을 더 내야 한다. 탈퇴한 이용자가 사용하려면 재가입해야 한다. 피해 보상을 빌미로 비주력 서비스의 이용자를 늘리려는 마케팅 꼼수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은 사고 한 달이 지나서야 사과문 한 장 낸 게 고작이다. 앞선 국회 청문회와 30, 31일 연석 청문회도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비즈니스 일정’을 내세워 불출석을 통보했다. 쿠팡 매출의 90%가 한국에서 발생하는데도 이번 사건보다 중요한 일정이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CEO라면 만사를 제쳐놓고 들어와 사태를 수습하는 게 도리일 것이다.
김 의장 동생 김유석 부사장의 경영 참여 논란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간 쿠팡은 김 부사장이 정식 경영진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 그가 쿠팡의 쿠팡 Inc 소속으로 최근 4년간 급여, 주식 등으로 140억원의 돈을 챙겼다. 동생의 경영 참여가 입증되면 김 의장을 지주회사 설립·전환 시 규제를 받고 의결권 행사에 제약을 가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는 게 맞다. 쿠팡이 ‘셀프조사’로 정보 유출 규모가 3000건이라고 주장한 것도 한국이 아닌 미국 내 집단소송을 의식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제라도 김 의장은 ‘면피성’ 보상만 내놓고 숨을 게 아니라 직접 나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