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휩쓴 한류가 정작 한국 안에서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외신의 경고가 나왔다.
영국 가디언지은 28일(현지시간) ‘거의 붕괴: 한국 영화 위기의 이면, 그리고 K팝도 안전하지 않은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짚었다.
2019년 2억2600만명에 달했던 국내 극장 관객 수는 팬데믹 이후 크게 줄었고, 박스오피스 매출 역시 급감했다. 가디언은 이를 일시적 침체가 아닌 구조적 쇠퇴로 진단했다.
한양대 제이슨 베처베이즈 교수는 “한국 영화의 경쟁력은 중간 예산 영화와 신인 감독의 실험에서 나왔지만, 제작비 상승과 투자 위축으로 그 기반이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다수의 창작 인력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로 이동하면서 극장 중심의 산업 구조도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고 봤다.
극장 개봉 후 OTT 공개까지의 기간이 짧아진 점 역시 위기를 가속했다. 관객들이 극장 관람을 미루는 현상이 이어지며,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합병 추진 등 시장 재편으로까지 이어졌다.
K팝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2024년 K팝 실물 음반 판매량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팬덤 중심의 성장 모델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애리조나주립대 정아름 교수는 “K팝 산업이 핵심 팬덤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이 전략이 과거 방탄소년단(BTS)이나 블랙핑크와 같은 글로벌 현상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슈퍼 팬’ 중심의 구조가 음악적 다양성과 실험성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디언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서구권 취향에 맞추는 과정에서 K팝 고유의 정체성이 옅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한국적 미학을 활용한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성공하고 있지만, 제작과 수익의 중심은 해외에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정부는 대규모 문화 산업 투자 계획을 내놓고 대응에 나섰지만, 가디언은 해외 확장이 오히려 국내 창작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수익 확대보다 무너진 제작 생태계 복원과 실패를 감수하는 창의적 실험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