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세계화·다문화 선구자…갈등 치유 ‘통합·공존’의 길 열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70년]

가정연합의 다문화 실천

세계화와 이민의 흐름이 일상이 된 현대 사회에서 다문화 정책은 가족 형성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은 ‘하나님 아래 인류 한 가족’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국제합동 결혼을 중심으로 한 다문화 실천을 이어왔다. 이러한 접근은 국적, 문화, 언어를 초월해 사회 통합과 문화적 조화를 모색하는 하나의 길로 평가된다.

 

가정연합의 사례는 지역사회와 국제적 평화 담론 속에서 가족 중심의 다문화 정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며, 개인의 일상과 가족생활 속에서 다문화가 가진 장점을 원만하게 실천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한국과 일본을 잇는 초국가적 결혼을 지속적으로 장려해 온 점은 역사적·정서적 갈등이 누적돼 온 양국 관계 속에서 민간 차원의 교류와 상호 이해를 확장하는 데 일정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국제결혼 네트워크가 문화 교류와 사회적 연대, 갈등 완화에 기여하는 하나의 ‘사회적 실험’으로 기능해 왔다고 보고 있다.

 

국제결혼과 ‘시민 외교’ 모델

 

가정연합은 1960년대부터 서로 다른 국적·인종·종교적 배경을 지닌 커플을 연결하는 국제 합동결혼 제도를 운영해 왔다. 가정연합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40만 건 이상의 국제커플이 이 과정을 통해 성사됐다. 이러한 국제결혼은 국경과 언어,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는 ‘시민 외교’의 한 형태로 설명된다. 지지자들은 개인과 가족 단위의 교류가 국가 간 갈등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평화적 관계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저출산 위기가 심화일로에 있는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가족이 인구 구조의 활력 회복과 지역사회 지속가능성 제고에 상당히 기여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명, 2024년에는 0.75명으로 약간 반등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다문화 가정이 노동력 확보와 지역 소멸 방지 측면에서 중요한 보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전망된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은 ‘하나님 아래 인류 한가족’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다문화 실천을 이어왔다. 전문가들은 가정연합의 국제결혼 네트워크가 문화교류와 사회적 연대, 갈등 완화에 기여하는 하나의 ‘사회적 실험’으로 가능해 왔다고 보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의 통합 효과

 

한국 사회의 다문화 인구는 지난 10여 년간 빠르게 증가해 왔다. 다문화 가족 인구는 2014년 약 174만 명(전체 인구의 약 3.4%)에서 2024년 약 271만 5000명(약 5.2%)으로 늘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2040년경 전체 인구의 7%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일부 연구자들은 가정연합이 1980년대 후반부터 추진해 온 국제결혼 정책이 한국 사회 초기 다문화 기반 형성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지역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충남 보령 등 일부 지역에서는 가정연합을 통해 결혼 이주한 일본 출신 여성들이 관광 안내, 언어 교육, 지역 문화 교류 활동에 참여하며 지역사회와 외부를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이 모델이 기존의 ‘동화(assimilation)’ 중심 접근과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 사이에서 일정 수준의 균형을 시도한 사례로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 평화 담론 속 국제적 반향

 

가정연합의 국제결혼 정책은 가족이라는 미시적 단위를 넘어 글로벌 평화 담론이라는 거시적 차원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2024년 경기도 가평에서 열린 대규모 국제합동 결혼 행사에는 우크라이나, 콩고민주공화국, 솔로몬제도 등 분쟁 경험 국가를 포함해 60개국에서 2,100쌍이 참여해 국제적 관심을 모았다.

 

국제합동 결혼 행사와 관련해 짐바브웨 사도기독교협의회의 요하네스 은당가 목사는 “분쟁과 갈등이 반복돼 온 지역에서도 혈연과 국경, 종교의 경계를 초월해 새로운 가족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갈등의 기억을 일상적 공존의 경험으로 전환시키는 장기적 평화 구축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불교관음종의 홍파 종정 역시 “종교와 문화를 넘어 대립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공존의 틀을 제시하려는 시도”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도 가정연합은 교리 선포나 전파에 초점을 둔 종교 조직이라기보다 가정의 가치 확산을 사회적 실천 운동으로 규정하며 시민사회·종교 단체와의 연대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천주평화연합(UPF) 등 국제 평화 네트워크 형성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초기 단계에서는 유엔을 보완하는 민간 차원의 초종교 평화 플랫폼을 지향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사회 통합을 향한 과제

 

저출산, 고령화, 문화적 분절이라는 구조적 난제가 전 지구적으로 심화되는 가운데, 가정연합의 다문화 정책은 사회 통합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하나의 대안적 접근으로 거론되고 있다. 가족을 중심으로 한 접근은 이주와 다양성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공동체 회복을 모색하는 실천적 방식으로 평가된다.

 

최근 제시된 정책 개선 방향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예컨대, 이주민을 보호 대상에 머무르게 하는 접근에서 벗어나 자존감과 주체성을 강화하는 지원 체계로의 전환, 편견 완화를 위한 다문화·역사 교육의 병행, 정체성 형성 과정에서 종교·문화 요인을 분석하는 연구 확대 등이 주요 과제로 논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실천이 제도적·사회적 지원과 결합될 경우, 다문화 사회가 직면한 갈등을 완화하고 장기적 통합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는 시대, 가정연합의 다문화 공존을 향한 실험은 사회 통합의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하나의 주목할만한 실천 사례로 지속적인 관찰과 평가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