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진 갑질·권력형 특혜 의혹 이어 지방선거 공천 헌금 묵인 정황까지 여당의 권력 사유화 심각성 드러나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결국 어제 중도 사퇴했다. 각종 갑질·특혜 의혹에도 버티기로 일관하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공천 청탁을 묵인했다는 정황이 드러나자 마지못해 물러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고 사퇴가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제기된 갑질 및 공천 청탁 묵인 의혹이 사실이라면 개인의 일탈을 넘어 개혁과 공정을 외쳐 온 여당의 권력 사유화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될 일이다.
그동안 김 원내대표 관련 의혹은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왔다.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와 지역구 내 공공병원에 가족 진료 특혜 요구, 장남의 국가정보원 업무에 보좌진 동원에 이은 배우자의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의혹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나같이 보좌진을 가족 비서처럼 부린 전형적인 ‘갑질’이었다. 그럼에도 김 원내대표는 대부분의 의혹을 부정하며 함께 일했던 전직 보좌관들이 자신의 가족을 비하하고 공격한 것이라며 역공을 펼쳤다. 자신을 피해자로 포장한 그의 오만한 태도는 국민적 공분과 반감만 키웠다.
그제 2022년 4월 당시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김 원내대표와 강선우 의원(당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 간의 대화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그의 ‘버티기’ 국면은 급변했다. 이 파일에는 강 의원이 자신의 부하 직원이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공천 관련 자금 1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김 원내대표에게 알리는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원내대표가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면 명백한 공천 비리 방조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으나 거액의 금품 전달 정황이 포착됐음에도 공천이 강행된 것을 국민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어제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김 원내대표에 대한 윤리감찰은 “별개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고 한다. 아니 될 말이다. 제기된 의혹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제 식구 감싸기와 동업자 의식으로 의혹을 피해 가려고 한다면 후과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최근 들어 여당의 도덕성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의 도덕적·윤리적 기준이 국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 게 어제오늘이 아니다. 차제에 도덕성 회복 자정결의대회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민주당의 도덕 불감증이 계속된다면 국민 신뢰 회복은 요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