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고 했던가. 스포츠 세계에서 전성기를 보낸 베테랑 선수들이 유니폼을 벗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선수마다 은퇴의 형태는 다르다. 대부분은 자의가 아닌 타의로 떠밀려 은퇴하지만, 몇몇 선수는 여전히 최고 정점의 기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을 실천하며 스스로 현역에서 물러나기도 한다. 2025년에도 스포츠계의 많은 별이 정든 현장을 떠났다.
가수 화사의 히트곡 ‘굿 굿바이’(Good Goodbye) 제목대로 가장 아름답게 현역 무대와 이별한 선수는 ‘배구여제’ 김연경(사진)이 아닐까. 2024∼2025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김연경은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우승 여부에 상관없이 시즌 종료 후 은퇴하겠다고 ‘깜짝 선언’을 했다. 한국배구연맹(KOVO)과 소속팀 흥국생명은 물론 나머지 6개 구단도 동참해 한국배구가 배출한 역대 최고 선수의 은퇴를 기념하기 위해 V리그 최초로 ‘은퇴 투어’가 진행됐다. 현역 김연경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는 팬들로 은퇴 투어는 매진 행진을 거듭했다.
일본 프로야구 한신에서 두 시즌(2014∼2015)을 뛰며 80세이브,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네 시즌(2016∼2019) 동안 42세이브를 거둔 오승환은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승엽 전 두산 감독, 이대호 SBS 해설위원에 이어 KBO리그 역대 세 번째로 시즌 중 은퇴 투어가 열렸고, 소속팀이었던 삼성과 9개 구단은 오승환의 은퇴를 기념해 그의 커리어를 상징하는 선물을 증정하며 그의 공로를 치하했다.
KBO리그에서는 유독 스타 선수들의 은퇴가 많았다. KBO리그 역대 최다인 홈런왕 6회에 빛나는 ‘국민거포’ 박병호가 유니폼을 벗고 지도자로 변신했다. 2200경기 2266안타를 기록한 ‘꾸준함의 대명사’ 황재균도 자유계약선수(FA) 신청을 했지만, FA 협상 중 전격 은퇴를 선택했다. 그 밖에 정훈, 오재일, 이원석도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프로축구에서는 전북 현대의 ‘전주성’을 20년간 지켜온 ‘최투지’ 최철순이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20년 동안 513경기에 출전하며 15개의 우승 트로피를 안은 최철순은 전북 역사의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전북은 그의 등번호 25번을 영구결번으로 선포했고, 한국프로축구연맹도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최철순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다. 국가대표 주장 출신의 구자철도 지난 3월 제주 SK의 유니폼을 입고 은퇴식을 치르며 현역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