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이 증시 폐장일인 30일 올해 ‘사천피’(코스피 4000)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며 반성문 형식의 보고서를 펴내 주목받았다. 신영증권은 2022년 말부터 4년째 해마다 결산 시점에 이 같은 보고서를 내고 있다.
신영증권 김학균 리서치센터장을 비롯해 16명의 연구원은 이날 45쪽 분량의 ‘2025년 나의 실수’ 보고서를 발간했다. 김 센터장은 보고서에서 “적어도 작년 이맘때쯤 코스피가 4000대까지 조기에 상승하는 시나리오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이젠 5000 또는 6000 도달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주가가 예상보다 많이 올랐다는 사실보다 ‘원화 약세’와 ‘코스피 상승’이라는 이례적인 조합이 당혹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역사적으로도 코스피의 추세적 상승 국면에서 원화 약세를 나타냈던 경우는 없었기에 더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지배구조 개선’과 ‘달러 약세’를 근거로 강세장을 전망했으나, 지배구조 개선은 예상대로 진행된 반면 환율 전망은 크게 빗나갔다는 설명이다.
그는 예측 실패의 원인으로 유럽과 일본의 재정·정책 변화에 따른 파급효과 간과, 한국인들의 미국 주식 쏠림 현상을 꼽았다. 실제 미국 재무부가 집계한 한국 국적 투자자들의 올해 3분기 말까지 미국 주식 순매수는 532억달러로 일본(282억달러)과 대만(115억달러)을 압도했다. 김 센터장은 “대미 무역협상 결과 향후 10년간 연간 최대 2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과 한국인들의 미국 주식 투자 확대가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다만 내년에도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 전망을 유지했다. 그는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었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며 “이미 위안화가 강세로 돌아섰고 엔화 역시 반전 가능성이 커진다면 원화의 추가 약세에 베팅하는 전략은 위험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대외불균형 완화 도구가 관세에서 환율로 바뀌면서 달러화가 장기 약세 변곡점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각 분야 애널리스트들의 ‘성찰’도 이어졌다. 박세라 건설·부동산·인프라 담당 애널리스트는 “코스피200 건설업 지수의 연초 대비 수익률이 2025년 84.9%를 기록하며 코스피(67.6%)를 뛰어넘었는데 나의 실수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10여년의 분석 기간 쌓인 건설업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탓에 긍정적인 뉴스가 나와도 그 이면의 리스크를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고 말했다.
강석용 반도체 테크전략 담당 애널리스트는 구글의 TPU 사례를 들며 “산업을 항상 ‘경쟁’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서로 다른 선택지가 공존하는 ‘병존’의 관점에서는 충분히 보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이외에도 자동차, 이차전지, 채권 등 다른 분야 연구원들도 각자의 예측 실패를 복기했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측은 “부족한 인간이 좋은 의사결정만 할 수는 없기에 실수로부터 배워야 한다”며 “틀린 것들을 진지하게 대함으로써 더 나은 애널리스트가 되고 장기주의를 지향하는 투자자와 기업의 든든한 벗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