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도 은도 아니다”… 백금, 한 달 새 34% 폭등

EU 정책 후퇴에 촉매 수요 급증… 백금·팔라듐 동반 강세
로이터연합뉴스

 

백금 가격이 한 달 만에 34% 급등하며 1986년 이후 최대 월간 상승 폭을 기록했다. 금·은을 잇는 귀금속 랠리에 공급 부족, 유럽의 자동차 정책 변화까지 겹치면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30일(현지시간) “백금이 단순한 귀금속을 넘어 정책과 산업, 투기 자금이 한꺼번에 몰린 ‘핫한 원자재’가 됐다”고 전했다.

 

실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최근월물 백금 선물 가격은 지난 26일 온스당 2471.4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하루 만에 14.3% 급락했다가 다시 5.7% 반등하는 등 변동성도 극단적이다. 30일 종가는 2255.10달러.

 

이달 상승률은 34%, 연초 대비로는 147%에 달한다.

 

백금족 금속(PGM)인 팔라듐 역시 올해 들어 80% 급등했다. 두 금속은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 장치인 촉매에 핵심적으로 쓰인다.

 

그동안 전기차 확산은 백금·팔라듐의 ‘구조적 악재’로 꼽혔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금·은 가격 랠리와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전기차 전환 리스크를 덮어버렸다.

 

결정타는 유럽의 정책 변화였다. 이달 16일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기존 방침에서 사실상 한 발 물러섰다.

 

EU 집행위원회는 신차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기존 100%에서 90%로 완화하는 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이는 2035년 이후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부터 디젤차까지 일부 내연기관차 판매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다만 자동차 업체들은 유럽산 저탄소 철강, 친환경 연료 사용 등을 통해 늘어난 탄소 배출을 상쇄해야 한다.

 

미쓰비시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두고 “촉매장치에 들어가는 백금족 금속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은 격”이라고 평가했다.

 

내연기관차 판매 연장 시점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EU가 배출 기준을 계속 강화할 가능성이 커 촉매에 쓰이는 백금·팔라듐 함량은 오히려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백금과 팔라듐을 경제·안보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로 지정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관세 부과 가능성을 의식한 현물 물량이 선제적으로 미국으로 몰리면서, 다른 지역 시장에서는 공급이 빠듯해졌다.

 

중국발 재료도 불을 지폈다. 한 달 전 중국에서 백금족 금속 선물 거래가 시작되자 투기성 자금이 대거 유입됐고, 광저우선물거래소는 가격 제한폭을 조정하기까지 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백금족 금속 소비국이지만 수입 의존도가 높다. 공급은 타이트한데 자금은 몰리면서, 백금 가격은 그야말로 ‘로켓’을 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