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사라진 대륙, 증오 자라… 무슬림·아시아계 타깃 범죄 [2026 신년특집-트럼피즘 대해부]

15년 동안 연평균 25만건 발생

깨진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 사회 곳곳에 증오가 분출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인종, 종교, 성 정체성 등 다양한 동기에 기반한 증오범죄가 미국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법무부 법무통계국(BJS)이 실시한 전국 조사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9년까지 발생한 증오범죄는 매년 평균 25만건에 달한다.

 

지난 8월 27일(현지시간)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가톨릭학교에서 한 남학생이 엄마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연합뉴스

조사 방식이 다르고 지역사회가 평판 관리 때문에 신고하는 것을 꺼려 데이터가 불완전한 미 연방수사국(FBI) 조사 결과에서도 2024년 증오범죄는 1만167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FBI가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1991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유형으로 보면 1위는 ‘인종’(5866건), 2위는 ‘종교’(2783건), 3위는 ‘성적 지향’(1950건) 등의 순이었다.

 

지난 8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한 가톨릭학교 성당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은 증오범죄의 한 사례다. 범인은 23세 남성으로 창문을 통해 총격을 가했다. 그 결과 새 학기를 맞아 미사 중이던 8세, 10세 어린이 2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다쳤다. 범인이 사용한 소총 탄창에는 ‘도널드 트럼프를 죽여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FBI는 이 사건을 가톨릭을 겨냥한 증오범죄로 규정했다.

 

무슬림, 중국인 등 아시아계, 유대인 등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찰리 커크. AP연합뉴스

지난 9월 미국 청년 보수의 ‘아이콘’으로 부상하던 찰리 커크의 암살은 증오에 대한 반작용으로 분석된다. 찰리 커크는 총기 소유의 자유, 임신 중지 반대, 이민 제한, 성소수자 권리 보호 반대 등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 왔다. 커크를 살해한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은 만 20대 중반의 청년으로 범행 동기와 관련해 사건 직후 연인과 주고받은 일련의 메시지에서 “그(커크)의 증오(hatred)에 질렸다”고 밝혔다.

 

아메리칸 드림은 부의 획득과 성공을 넘어 사회 통합과 발전을 떠받치는 원동력이자 좌절과 고통을 견딜 수 있게 만드는 심리적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아메리칸 드림이 희미해진 뒤 사회는 불안을 흡수하고 조정할 통로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다. 분노는 취약하거나 눈에 띄는 대상을 향한다. 미국 사회가 직면한 각종 균열과 갈등은 아메리칸 드림에 보다 비관적인 청년층에서 더욱 뚜렷하게 확인된다.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무너진 상황에서 물가와 주거비 부담은 여전히 크고 이 같은 불안은 이민자와 소수 인종이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인식으로 전이되며 반이민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진보 싱크탱크 데모스를 이끌었던 헤더 맥기 전 회장은 “좌절한 대중은 사회를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한다”며 “대중은 ‘그들’이 파이 한 조각을 가져가면 나에게 돌아올 조각은 반드시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