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왜 저렇게 시끄러워?

사람 중에는 조용히 말하는 사람도 있고 크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이 공공장소에서 크게 말하면 상대방이나 주위 사람들은 불편할 수 있다. 이 소리는 사람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지속하면 스트레스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민족도 마찬가지이다. 큰소리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민족도 있고, 조용히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민족도 있다. 동양에서는 일본인은 조용히, 중국인은 크게 말하는 편이고, 서양에서도 프랑스인은 조용히, 이탈리아인은 크게 말하는 편이다.

중국인이 큰소리로 말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식당에서 중국 사람들이 말하면 주위에 있는 한국 사람들은 그들의 목소리가 마치 ‘확성기’에서 나오는 소리 같다고 불평한다. 사실 한국 사람들도 큰소리로 대화할 때가 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인 대중식당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고급식당에서 이렇게 하는 것은 예의 없는 행동으로 여겨지고, 심할 때는 종업원이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될 수 있으니 목소리를 낮추어 달라고 정중히 요청하기도 한다.



작년 11월 서울교통공사에 “중국어 안내방송이 시끄러워 불편하다”는 민원이 들어왔다. 다 알다시피 외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 혹은 주요 환승역에서는 한국어 외에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도 도착지를 안내하고 있다. 그런데 이 네 가지 안내방송 중에 중국어 안내방송이 특히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은 것이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중국인은 2명 이상 모이면 시끄럽고 소란을 피우는 ‘빌런’, 즉 악역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 안내방송을 한국어와 영어로만 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알아보겠다”고 답변했다. 이 답변은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중국인들은 자기들을 무시하고 차별한다고 반발했다. 문제가 커지자 서울교통공사는 답변이 부적절했다고 인정하고 답변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의 이런 갈등을 막거나 줄이려면 중국인이 크게 말하는 이유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2021년 중국 인터넷 포털사이트 바이두는 그 이유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이 중 첫 번째 이유는 언어 때문이고, 세 번째 이유는 인구 때문이다. 나머지 두 가지 이유는 문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중국어의 4가지 성조 때문이다. 4가지 성조를 구분하려면 낮은 목소리로 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중국인은 떠들썩한 분위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큰소리로 말하는 것을 ‘기쁘다’, ‘건강하다’고 좋게 생각한다. 세 번째는 많은 사람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크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이유는 ‘체면’ 문제이다. 많은 사람 속에서도 큰소리로 자기 생각을 알려야 자기 체면을 선다고 생각한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중국인은 자신들의 큰 목소리가 한국인들에게 시끄럽다고 여겨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한국인과 같이 있을 때는 좀 더 조용히 말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은 중국인의 목소리가 큰 것은 성조라는 언어적 측면, 큰소리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많은 사람 속에서의 생활,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중국인의 큰소리를 무조건 나쁘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

예의는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때, 모두가 타인에 대한 예의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