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5년이 저물었다. 지난 1년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약 40년 만에 벌어진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모든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기였다. 불안과 불만, 분노가 우리 사회를 뒤덮었고, 온갖 종류의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또는 너무나 비관적이거나, 사람들의 지지와 관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구호와 선전들이 우리의 귓가에서 항상 맴돌았다. 이 와중에서 현실적 상황에 입각해 합리적인 시각을 토대로 정확하게 사회·안보 현상을 설명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들은 공개적인 언급을 피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전문가들에게 질문을 했을 때 “미안하지만 요즘 정국 때문에 원하는 설명을 해줄 수 없다”는 답을 심심치 않게 들었다. ‘프레임’이 씌워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리라.
전문적 관점의 목소리가 약해지는 현상은 우리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가와 사회를 건전하게 이끄는 전문성이 설 자리를 좁아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정부가 무너지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상황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상이다.
이를 위해선 합리적인 목소리가 귀하게 대접받는 기조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의 운명과 직결되는 안보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사실과 논리에 기반하는 합리적 관점의 분석과 설명이 정부의 안보 관련 부서와 군에서 주류를 이뤄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와 군 수뇌부가 정치적 고려가 담긴 말을 줄이고 불완전한 인식을 언제든 보충하겠다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