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출몰설’ 총리 공관 입주한 다카이치 “귀신 아직 못 만나”

최근 총리 공관으로 이사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전설의 귀신과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31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글에서 “그제 이사를 마치고 해넘이는 총리 관저 옆 총리 공관에서 맞이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총리 집무 공간인 관저에서 걸어서 1분 정도 걸리는 곳에 새로 터를 잡아 비상 상황 발생 시 즉시 대응 태세를 갖췄음을 강조하면서 ‘유령 출몰설’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P연합

일본에선 정부가 마련해 주는 고위 공무원 숙소를 ‘공저’(公邸·공관), 집무 공간을 ‘관저’(官邸)라고 부른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21일 취임 후 줄곧 기존 거처인 중의원(하원) 의원 숙소에 머물며 국정을 돌봤다. 중의원 숙소는 총리 관저에서 400m 정도 떨어져 있어 차량으로 이동해야 한다.

 

최근 아오모리현 앞바다에서 규모 7.5 강진이 일어났을 때 다카이치 총리는 35분 뒤에 관저에 모습을 드러내 일부 야당으로부터 ‘거처를 공관으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연말연시 휴가를 맞아 12월29일 공관으로 이사했다.

 

현재의 총리 공관은 1929년 지어진 옛 관저를 개보수해 2005년 4월부터 사용되고 있다. 2002년 새 총리 관저가 들어서면서 옛 관저를 용도 변경한 것이다.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24시간 대응 가능한 업무 공간 외에 국내외 손님들을 맞을 수 있는 응접실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2012년 12월 재집권한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생활과 업무를 분리하고 싶다”며 차로 15분 거리인 도쿄 시부야구 자택에서 관저로 출퇴근했다. 그의 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역시 중의원 숙소에서 거주했다.

 

이들이 총리 공관 입주를 꺼린 이유는 분명치 않으나, 1932년 해군 장교들이 일으킨 쿠데타로 당시 총리가 암살된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억측이 나돌기도 했다. 공관에서 지낸 총리 중 단명하거나 불운한 결말을 맞은 사례가 나오면서 ‘터가 좋지 않다’거나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도 나왔다. 아베 전 총리는 “공관에서 유령을 봤다는 이야기를 모리 요시로 전 총리로부터 들었다”고 말해 ‘유령 출몰설’에 기름을 부었다.

 

2021년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부터는 다시 공관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기시다 전 총리는 공관 입주 후 첫 출근길에 기자들로부터 ‘유령을 봤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직 못 봤다. 어제 잠을 푹 잤다”고 답했다.

 

그의 후임인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역시 유령 출몰설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이시바 전 총리는 “나는 ‘오바케의 Q타로’ 세대라 별로 안 무섭다”고 답했다. ‘도라에몽’의 전초작 격인 ‘오바케의 Q타로’는 평범한 초등학생이 주운 알에서 유령이 태어나자 같이 살면서 겪게 되는 일을 그린 1960년대 유명 만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