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강선우 의원이 연루된 ‘1억원 공천 헌금 수수·묵인 의혹’이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정청래 대표가 강 의원에 이어 김병기 전 원내대표에 대한 윤리감찰 지시 사실도 뒤늦게 공개하며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여권은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에 도덕성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 의원은 결국 이날 탈당 의사를 밝혔다.
새해 첫날인 1일 정 대표는 경남 진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기자들과 만나 “김병기 전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지난 달) 25일 윤리감찰을 지시한 바 있다”며 “당내 인사 어느 누구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윤리감찰의 대상이 되면 비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강선우 의원을 포함해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고 성역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끊어낼 것은 끊어내고 이어갈 것은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정 대표의 김 전 원내대표 윤리감찰 지시에 대해 “윤리감찰은 비공개로 지시됐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 것 같다”며 “의원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큰 만큼 당 차원에서 논란을 서둘러 정리하려는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 당초 민주당은 공천 헌금 수수 의혹에 휩싸인 강 의원에 대해서만 윤리감찰단 조사를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비위 의혹 보도가 잇따르자 지난달 30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당은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윤리감찰 착수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 대표가 이를 뒤늦게 밝힌 배경에는 여론 악화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새해 들어 강경 개혁 기조에서 ‘민생’으로 이슈 전환에 속도를 내려던 민주당으로서는 도덕성 논란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정 대표는 이날 “당은 6월 3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비상 체제로 전환해 종합 특검과 통일교·신천지 특검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국민과 민생 속으로 달려나가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현금 수수 사실을 인지한 즉시 반환했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탈당 의사를 밝혔다.
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미 당과 당원 여러분께 너무나도 많은 부담을 드렸고, 더 이상은 드릴 수 없다”며 탈당 의사를 전했다.
여기에 민주당을 탈당한 이수진 전 의원이 2024년 한 유튜브 방송에서 제기한 발언도 다시 주목받으며 민주당 내 공천 헌금 의혹이 눈덩이처럼 번지는 모양새다.
이 전 의원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서울) 동작갑 출마를 준비했던 인사 두 명이 김 전 원내대표에게 돈을 건넸다가 6개월 뒤 돌려받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인사들은 컷오프 이후 관련 내용을 이 전 의원에게 전했고, 이 전 의원은 이를 당시 이재명 당 대표실에 알렸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넘어갔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김 전 원내대표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이 전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가 총선 이후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공천헌금 의혹’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며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주진우 의원은 이날 1억원 수수 의혹을 재차 부인한 강 의원을 향해 “예상된 변명”이라며 “‘살려달라’ 빌고, ‘내가 왜 그랬을까’ 자책한 것은 보좌관이 강 의원 몰래 받았다면 나올 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장동혁 대표도 전날 속도감 있는 수사를 주문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특검 카드를 앞세워 압박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