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올해 성장률 IT 빼면 1.4%… ‘K자형’ 회복은 불완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성장 경로에 상·하방 위험이 모두 존재하고 물가 흐름도 환율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여러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향후 통화정책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종의 성장세가 크지 않아 전체와 체감경기 사이 괴리가 클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이 총재는 2일 신년사에서 “새해를 맞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중앙은행으로서 책임과 각오를 다시 다지는 시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내외 경제 상황에서 대한 전망을 내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그는 우선 대외적 통상환경과 각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사법적·정치적 변수에 따라 관세나 무역정책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르면 연초 미 연방 대법원은 상호관세에 대한 위법 여부를 결정하는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이고 11월엔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 총재는 “5월로 예정된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 이후, 미 연준의 정책 방향과 그에 따른 시장 영향은 중요한 변수”라며 “일본, 유로지역, 호주 등에서는 금리 인상이 시작됐거나 기조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국가 간 차별화된 통화정책이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우려도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예상치(1.8%)가 지난해(1%)에 비해 개선될 것을 전망되고 있지만 여기에도 불확실성이 크다는 게 이 총재의 진단이다.

 

그는 “이런 전망은 글로벌 통상환경과 반도체 경기, 내수회복 속도 등에 따라 상방과 하방 모두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경기에 힘입어 올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IT 부문을 제외할 경우, 성장률은 1.4%에 그치고 부문 간 회복 격차가 커 체감경기와는 괴리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K자형 회복’은 결코 지속 가능하고 완전한 회복으로 보기 어려운 것 같다. 신산업 육성을 통해 성장 기반을 다변화하는 등 구조전환 노력을 지속해 특정 부문에 편중된 성장·회복 패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고환율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는 순대외채권국으로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만큼, 최근의 환율 수준만으로 과거 위기 상황과 유사하다고 보는 시각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환율 상승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내수기업 등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해 앞서 언급한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